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등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대장동 사건 재판에서 공범으로 기소된 정진상씨와 관련해 “공소 내용을 보면 ‘정진상이 한 것이 곧 이재명이 한 일이다’라고 돼 있는데 뭘 공모했는지가 없다”면서 “가까운 사이니까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건 헌법상 연좌제 (금지) 위반 아니냐”고 했다. 검찰 수사를 비판한 것이지만 사실상 문제가 있다면 정씨 책임이지 자신은 무관하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정씨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일 때부터 정책실장 직책을 갖고 이 시장의 대리인처럼 일했던 최측근 실세였다. 그는 대장동 사업에서도 개발 계획 수립 등 대장동 개발을 위한 7건의 인허가 중요 문건을 결재했다. 추가이익 환수 조항 배제 등 대장동 배임 의혹의 핵심 문서들이다. 이들 문서의 최종 결재자는 이 대표였다. 그런데도 책임이 없다고 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이들 문서를 결재했다는 것인데 이게 말이 되나.

이 대표는 앞선 재판에서 재판장에게 “정씨를 한번 안아 봐도 되느냐”고 허락을 받은 뒤 등을 두들기며 격려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래서 자신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최측근에게 무언의 압박을 가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날 이 대표 발언을 보면 다시 한번 ‘내 책임은 없다’고 선을 그으며 모든 잘못을 정씨 개인에게 뒤집어씌우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 사건 초반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개인 비리라는 식으로 말했다. 정진상씨도 유씨에게 “우리는 모르는 척하고 개인 비리로 몰아갈 것”이라고 했다. 실제 문재인 정권 검찰은 대장동 업자들에게 천문학적 이익을 몰아준 대장동 사건을 유씨 개인 비리로 끝냈다. 그러다 정권 교체 이후 유씨가 이 대표를 비롯해 정진상·김용씨 등 최측근 인사들의 사건 연루 의혹을 진술하자 이 대표는 “검찰의 조작 수사”라고 했다. 이후 최측근들이 다 기소되자 이젠 비리가 있다면 최측근들의 책임이라고 한다. 매사가 이런 식이다.

이 대표는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에서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나 몰래 독단적으로 한 일”이라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그는 북한에 쌀을 추가 지원하는 경기도 공문에 결재해놓고도 “이 전 부지사가 나 모르게 도지사 직인이 찍힌 서류를 만든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자신을 위해 저질러진 모든 범죄를 최측근들이 자신 모르게 저지른 것이라고 피해가고 있다. 참 무서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