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대주주 일가가 상속세 마련을 위해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 2조6000억원어치를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2020년 이건희 회장 별세로 총 12조원의 상속세가 부과된 이후 유족들은 대출과 주식 매각 등을 통해 5년에 걸쳐 세금을 분납하고 있다. 이번에 주식이 팔리면 이재용 회장 측 삼성전자 지분율이 0.5%포인트 줄어들게 된다. 그만큼 경영권이 취약해지는 것이다.

대기업뿐 아니다. 설립 30년 넘는 중소기업의 81%가 대표 연령이 60세 이상인데, 이들 중 절반 이상이 폐업·매각을 고려한다고 했다. 가업을 승계하려 해도 회사를 팔지 않으면 엄청난 상속세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경총 조사에서 30~40대 벤처기업 창업자들 94%가 높은 상속세를 우려했다. 높은 상속세는 주식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기업 저평가)’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주가가 오르면 상속세 부담이 커져 기업들이 주가 부양에 소극적이거나 낮은 주가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업 승계를 ‘부의 대물림’이라는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높은 세율의 징벌성 상속세를 부과한다. 상속세 최고세율 50%에다 경영권 승계 시 20% 할증까지 돼 실제 기업 상속세율은 60%에 이른다. OECD 국가 최고다. OECD 37국 가운데 스웨덴·노르웨이·캐나다 등 15국은 상속세가 아예 없고, 스위스 등 4국은 직계비속에 대해 상속세를 비과세한다.

55%의 높은 상속세율을 매기는 일본조차 지난 2018년 일정 요건을 갖추면 상속세를 면제해 주는 사업 승계 특례 제도를 도입했다. 높은 상속세로 가업 승계를 어렵게 만들고 회사를 폐업시키는 것보다는 특례를 인정해서라도 기업을 존속시키는 것이 고용 등 사회 전체적으로 이득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과거 상속세율이 70%에 달하던 스웨덴은 2005년 상속세를 폐지했다. 대신 상속인이 재산을 매각하는 시점에 양도세를 부과하는 자본이득세로 대체했다. 합리적이어서 우리도 검토해볼 만하다.

우리도 가업 승계 때 상속세를 깎아주는 제도가 있지만 공제 대상이 협소하고 사후 요건이 까다로워 이용이 적다. 정부는 이런 호소를 반영해 상속세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 개정안도 경쟁국보다 불리한데 민주당은 이마저 반대한다. 기업 상속세 완화는 부자 특혜가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 근로자와 국민 모두에게 득이 되는 것이다. 어차피 주식을 팔 수 없는 대주주에겐 실질적 혜택이 없다. 장수 기업이 늘어나야 일자리도 늘고 기업과 그 근로자가 내는 세금도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