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1일 경남 함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원산악회 모임에서 참석자들과 인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4200여명이 참석했다./장제원 의원 페이스북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11일 자신의 외곽 조직 ‘여원 산악회’ 15주년 기념식을 대규모로 개최했다. 그는 SNS에 “경남 함양 체육관에 버스 92대 4200여 회원이 운집했다”고 했다. 참석자들이 자신과 악수하기 위해 수십m 줄을 서고, 지지자들이 열광하는 사진도 공개했다. 누가 봐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조직을 정비하며 세력을 과시한 것이다.

국민의 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당 지도부·중진·친윤 핵심들의 희생을 요구했다. 총선에 불출마하거나 수도권 험지에 출마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최측근이자 국민의 힘 텃밭인 부산에서 3선을 한 장 의원도 혁신위가 용단을 촉구한 핵심 대상일 것이다. 그런데 장 의원은 지지자들을 대규모로 동원해 보이면서 거부의 뜻을 밝힌 셈이다.

장 의원뿐 아니라 국민의 힘 지도부는 혁신위 주문이 나온 지 열흘이 다 돼 가도록 못 들은 척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혁신위의 취지는 공감하고 존중한다”면서도 불출마 및 험지 출마는 지도부가 의결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만 내비친 상태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라는 심판 과정을 거쳐 국민의 대표가 된 국회의원에게 정치적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발상은 아닌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보수 진보 양당의 텃밭인 영남, 호남에선 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보장되고 이에 따라 이들 지역의 국회의원은 국민의 선택보다 대통령 혹은 당 대표의 낙점을 받는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통령 뜻에 절대 순종하며 대통령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측근들이 대통령을 민심에 둔감하게 만들어 왔고 윤석열 정부 또한 같은 지적을 받고 있다. 그것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 힘이 완패한 원인이기도 하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탄핵 역풍을 맞아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던 당시 한나라당은 소속 의원 수십 명이 불출마를 결심하는 희생을 통해 민심을 가라앉히며 최악의 상황을 피했었다. 인요한 혁신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위해 희생하고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같은 뜻이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뜻을 누구보다도 제일 잘 헤아린다는 장 의원은 인 위원장의 주문을 비웃는 듯한 실력 과시로 대응했다. 정권의 성패보다는 의원 자신의 정치적 활로가 우선순위라는 명백한 의사표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