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추진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의원 30명이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위성 정당 방지법을 즉각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선거법을 고치지 못하면 지난 총선 때처럼 위성 정당이 난립하는 것을 다시 봐야 한다. 여야 모두 그런 일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데엔 공감하면서도 정작 선거제 개편을 논의해야 할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개점 휴업 상태로 방치하고 있다. 선거 1년 전 선거의 룰을 확정하라는 법정 시한은 이번에도 무시됐고, 총선 예비 후보자 등록일(12월12일)까지는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자기 당 지도부를 향해 ‘속도를 내라’고 주문한 것이다. 어느 당 때문에 선거법 개정이 차질을 빚고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행 선거법은 21대 총선을 4개월 앞둔 2019년 12월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배제한 채 군소 정당들과 함께 강행 처리한 것이다. 공수처법 통과와 선거법 처리를 군소 정당들과 맞바꾸기 위해 게임의 룰인 선거법을 일방적으로 바꿨다. 국민은 물론 의원들도 이해가 어려운 누더기가 됐다. 야바위 선거법이라고도 불렸다. 그 핵심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위성 정당 난립을 부채질했다.

국민의힘의 입장은 나와 있다.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석을 단순 배분하는 원래 제도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의 입장이 불분명하다. 지도부는 원래 제도로 돌아가는 것을 선호하지만 이를 ‘정치 퇴행’으로 비난하는 군소 진보 정당들 시선을 의식해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의 어정쩡한 태도로 선거법 개정 논의가 표류하는 사이 정치권에선 각종 신당 창당, 선거 연합 움직임들이 가시화하고 있다. 특히 야권에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등이 비례용 정당을 만들어 국회의원이 되려고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야가 밀고 당기다 결국 현행 선거법을 개정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2021년 65.6%였던 우리 국민의 국회 불신 비율이 작년 81%로 대폭 상승했다. 결정적 원인 중의 하나가 위성 정당이다. 이 선거법을 못 고치면 이번에도 거대 양당의 위성 정당이 우후죽순 생겨날 것이다. 4년 전 총선에서 이 제도로 국회의원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됐고, 위성 정당 기호를 앞당기기 위한 ‘의원 꿔주기’ 같은 일도 횡행했다. 이 난장판 선거를 막을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 이런 선거 제도를 만든 책임도, 168개 의석으로 선거법을 처리할 수 있는 힘도 민주당이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