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광주대구고속도로 지리산휴게소에서 강기정 광주시장, 홍준표 대구시장을 비롯한 두 지역 인사들이 모여 '달빛고속철도 예타면제 법안 제정'을 공동 추진키로 협약했다. 광주대구고속도로의 하루 교통량이 전국 고속도로 평균의 절반도 안될 정도로 한산한데, 11조원들 들여 고속철도를 놓자고 한다./광주시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매표용 포퓰리즘 사업을 경쟁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선거용 돈 뿌리기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특기였는데, 이제는 국민의힘도 가세하고 있다.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 이후 정부와 여당이 민생 정책이란 명분으로 각종 선심 정책을 쏟아내자, 민주당도 뒤질세라 맞불을 놓고 있다.

정부·여당은 문 정권의 전기료 동결로 한국전력의 누적적자가 47조원에 달하는데, 가정용 전기료를 또 동결했다. 자영업자를 돕겠다고 코로나 지원금 8000억원 상환을 면제하고, 저리 자금 4조원을 풀겠다고 발표했다. 1400만 개미 투자자들의 희망 사항이라면서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며칠 전엔 무주택 청년에게 연 2%대 주택 담보 대출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집값 거품이 여전한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돈 빌려 집 사라’고 하는 것은 위험한 정책이다.

여기에 맞서 민주당은 더 파격적 내용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주 기획재정위 소위에서 여당의 ‘메가 서울’ 구상에 대한 대응 카드로 서울 지하철 5호선의 김포 연장 예비 타당성 조사(예타)를 면제해주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단독 통과시켰다. 향후 5년간 각각 31조원, 28조원의 예산이 필요한 아동수당 확대, 3만원 청년 패스(교통비 할인 정액권) 정책을 내놨고, 3조원대 대출이자 감면, 대학생 학자금 무이자 대출 정책도 발표했다.

놀라운 것은 매일 원수처럼 싸우는 여야가 포퓰리즘 정책, 선심성 SOC 사업엔 한 몸처럼 의기투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야는 지난 4월 20조원의 비용이 드는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광주 군 공항 이전 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 없이 추진하는 특별법을 합의 처리했다. 최근엔 11조원 달빛 고속철도 건설, 수도권 철도 지하화 사업 등을 타당성 조사 없이 추진하는 특별법을 한 몸이 돼 밀어붙이고 있다. 달빛 고속철 사업에는 여야 의원 261명이 이름을 올려 국회 사상 최다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됐다.

여야의 특별법 남발 탓에 국비가 300억원 이상 들어가는 사업은 경제성을 평가해 추진해야 한다는 ‘국가재정법’은 있으나 마나 한 법이 됐다. 올해 들어 여야가 예비타당성 조사 없이 추진키로 한 SOC 사업만 그 규모가 44조원에 달한다. 마치 둑이 무너져 포퓰리즘 강이 마구 범람하는 것 같다. 후진적 정치가 막가파식 포퓰리즘 경쟁을 촉발해 나라의 미래를 좀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