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시내에서 한 여자 어린이가 할아버지·할머니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일본에서 20여년 지속된 저출산의 영향으로 산부인과와 소아과 병원이 급감하고 있다. 초등학생 수가 줄면서 통폐합한 학교가 많아 초등학교 수도 줄었다. 집 가까운 곳에 병원이나 학교가 없어 먼 곳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출산난민’‘교육난민’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AP 연합뉴스

일본이 저출산 대응을 위해 2025년부터 3자녀 이상인 가족의 모든 자녀에게 대학 무상 교육을 하기로 했다. 자녀가 세 명일 경우 셋째만 아니라 첫째·둘째의 대학 수업료도 전부 면제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0세부터 고등학생까지 직접 현금으로 지원하는 아동 수당도 증액하고, 육아휴직하는 젊은 부부들을 지원하는 데도 내년부터 연간 7000억~8000억엔을 투입하기로 했다.

일본은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1.26명으로, 우리(0.78명)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그런데도 적극적으로 저출산에 대응하며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이란 이름의 정책으로 연간 3조5000억엔(약 32조원)의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인구 감소에 제동을 걸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세금은 이런 데 써야 하는 것이다.

저출생에 대해 위기감을 갖고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는 일은 일본보다 우리가 더 시급하다. 지금 우리나라 인구 감소는 중세 유럽 흑사병 때보다 심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도 다자녀 가구 자녀에 대해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갖고 있지만, 가구 소득과 지원액 제한이 있어서 저출생 극복에 효과를 거두는 데 한계가 있다. 아동수당도 일본은 고등학생까지 주는데 비해 우리는 만 8세 미만 아동에게만 지급하고 있다. 우리가 더 다급한 데다 출산·육아에 드는 경제적 부담은 사회가 부담하자는 공감대도 널리 퍼져 있는데 재원이 부족해 제한적으로 운영하는 제도가 한둘이 아니다. 이 때문에 좀처럼 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킬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재원이 부족한 것은 정부와 정치권이 표 얻는 일에만 국민 세금을 펑펑 쓰고 있기 때문이다.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0.483에 불과한데 11조원이 들어가는 달빛 고속철도, 13조원이 드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10년간 1조6000억원이 들어가는 한전공대 설립·운영 등에 돈을 쓰느라 정작 중요하고 시급한 국가적 과제에 충분한 예산을 투입하지 못하는 것이다. 매년 수십조원 예산이 방만하게 쓰이는 지방교육교부금, 연 5조1000억원이 드는 병사 월급 인상 등 그 사례는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다. 이런 예산을 몇 개만 전용해도 돈이 없어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저출생 대책은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