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백형선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가 광고 없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의 월 구독료를 1만450원에서 1만 4900원으로 43% 올렸다. 이에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달부터 계정 공유 추가 인원당 5000원씩 더 내도록 했고, 디즈니플러스도 광고 없는 프리미엄 구독료를 40%나 인상했다.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기업들이 시장을 독과점해 소비자들을 가둬 놓은 뒤 속속 ‘요금 폭탄’ 청구서를 내밀고 있는 것이다.

OTT 기업들은 한국 시장에 처음 진출할 때는 공짜 서비스를 앞세워 소비자를 모았다. 그런 방법으로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된 뒤엔 서비스를 유료화했고, 유료화 후엔 구독료를 대폭 올려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유튜브는 올 들어 미국(13.99달러), 영국(12.99파운드)에서도 월 구독료를 올렸지만 1인당 소득 수준 등을 감안하면 한국에 적용한 가격과 인상 폭이 더 과도하다. 유튜브 측은 가격 책정 기준과 인상 요인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4000여 만 유튜브 이용자는 왜 오르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요금 폭탄’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기업들은 한국의 인터넷망까지 공짜로 쓰고 있다. 막대한 이익을 올리면서 한국엔 세금도 거의 안 낸다.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한국에서 10조원대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한국에 낸 세금은 169억원에 불과했다. 넷플릭스도 지난해 한국에서 7733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납세액은 33억원에 그쳤다.

선진국들은 글로벌 OTT 기업들의 독과점 횡포를 견제하는 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캐나다·프랑스 정부는 OTT 기업들이 수입의 수십%를 세금으로 내거나 매출의 일정 비율을 자국의 콘텐츠 지원 사업 등에 쓰도록 의무화하는 법을 만들었다. 유럽연합(EU)은 빅테크 기업들의 독점적 지위 남용을 막는 법을 제정해 내년 3월 시행 예정이다. 우리도 독점력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글로벌 OTT 기업들의 횡포에 제동을 걸 법령과 제도를 하루속히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