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한 명이 평생 낳으리라 예상되는 출생아 수가 후년엔 0.65명까지 떨어지고, 향후 10년간 생산 가능 인구(15~64세)가 332만명이나 줄어든다는 장래 인구 추계를 통계청이 발표했다. 현재의 세계 최악 출산율(작년 기준 0.78명)로도 해외 언론이나 대학 교수들은 ‘한국은 망했다” “중세 흑사병보다 더한 인구 격감”이라는 경고가 나오는데, 실제론 이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2년 전 추계에선 2024년 0.7명으로 바닥을 찍고 소폭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코로나 기간 결혼이 급감한 탓에 출산율 전망이 더 나빠졌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장래인구추계(2022~2072년)'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인 0.78명보다 0.06명 더 줄어든 수치다. 합계출산율이 처음 0.6명대로 내려오는 2024년(0.68명)보다도 0.03명 더 감소한 수준이다. 2026년에는 0.68명으로 다시 반등하며 2030년 0.82명, 2040년 1.05명, 2050년·2072년 각 1.08명 등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세부 내용을 보면 온통 암울하다. 2033년 인구 5000만명 선이 무너지고, 2072년엔 3622만명으로 쪼그라든다. 1970년대 한 해 100만명이 넘던 출생아가 2002년에 40만명대, 2017년 30만명대, 2020년 이후엔 20만명대로 급감 추세를 이어가고 있는 탓이다. 향후 50년간 인구가 1500만명이나 줄어들어 절반은 65세 이상 노인이다. 도저히 지속 가능한 나라라고 할 수 없다.

저출생 원인은 이제 알고 있다. 청년들 취업이 힘들고, 내 집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대학 서열화가 너무 심하고, 자녀 사교육비에 허리가 휘고, 모두가 서울로만 몰리는 수도권 집중이 도를 넘자, 청년들이 결혼을 아예 하지 않거나(비혼), 늦게 하고(만혼),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무자녀) 추세가 ‘뉴 노멀’로 자리 잡았다.

생산 인구 감소로 세입은 줄고, 노인 복지, 의료비 등 정부 지출은 급격히 늘어나는 현상은 당장 눈앞의 현실로 다가와 있다. 과도한 경쟁과 일자리 불안, 높은 집값과 사교육비 부담 등 결혼과 출산, 육아에 대한 부정적 관념을 해소하지 않고는 백약이 무효다. 일자리, 부동산, 교육, 복지 등 모든 국가 정책을 출생 친화적 관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 연금·노동·교육 개혁에서 성과를 내 청년들에게 희망의 단초라도 보여줘야 한다. 지금처럼 허송세월하면 2006년 저출산 종합 대책을 수립하고 예산 380조원을 쏟아붓고도 아무 성과가 없었던 과오를 되풀이하며 대한민국은 국가 소멸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