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1회국회(임시회)제3차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이 28일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 부인과 관련한 특검법을 발의한 것도, 이를 반대하는 여당을 무시하고 일방 처리한 것도 사상 처음이다. 특검은 보통 여야 합의로 해왔다. 둘 중 어느 한쪽의 의혹을 수사하는 특검일수록 합의가 중요하다. 과거 ‘최순실 특검’ ‘드루킹 특검’이 모두 여야 합의로 처리됐다. 그래야 특검이 정당성을 인정받고 수사 결과도 국민이 수긍할 수 있다. 지금 민주당 식이라면 국회 다수당은 언제든 기존 검찰을 대체할 자기들만의 검찰을 수시로 만들고 없앨 수 있다.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김 여사 관련 여부를 밝히겠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잡기 위해 친문 검사들을 투입해 1년 반 넘게 수사했다. 하지만 김 여사에 대한 혐의를 찾지 못했다. 그 후 지금까지 새로운 단서가 나온 것도 없다. 그런데도 총선을 100여 일 앞두고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것은 사건의 실체와 상관없이 선거에 이용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니 법안 내용에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다. 수사 대상에 ‘수사 과정에서 범죄 혐의자로 밝혀진 관련자들에 의한 불법행위’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 등을 포함시켰다. 김 여사 관련이면 뭐든 수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혐의가 아니라 사람을 찍어서 뭐든 수사하겠다는 것은 법이 아니다. 특검도 여야 합의가 아니라 야당이 임명한다. 민변 변호사에게 특검을 맡겨 총선 기간 내내 수사를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함께 통과된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도 문제가 적지 않다. 이 사건 최초 제보자는 이낙연 전 대표 측근으로 드러났다. 사건 수사를 시작한 것도 문재인 정부 검찰이다. 자신들끼리의 싸움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검찰이 이재명 대표와 측근의 혐의를 하나 둘 밝혀나가자 ‘민주당 특검’이 사건을 도로 가져가 재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이 역시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를 물타기하기 위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특검법이 통과되자마자 즉각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를 미리 예상하고 밀어붙인 것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민 반감을 더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헌정 사상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특검을 선거에 이용한 사례는 없었다. 과거의 민주당 같았으면 국민의 눈을 의식해 차마 못 했을 일이다.

지금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한 국민의 신망이 높으면 민주당은 이런 특검 선거 정략을 생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40%도 넘지 못하고 김 여사는 보수층에서도 고개를 돌린다고 하니 민주당이 정치 공작에 부담을 느낄 이유가 없다. 여론조사에서 김 여사 특검 찬성이 70% 안팎이고, 대통령 거부권 반대가 70% 정도이다.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일이 계속 벌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