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 네이버 본사 사옥./조선일보DB

네이버가 자사 인공지능(AI) 거대 언어 모델 학습을 위해 뉴스 콘텐츠를 사용하는 것은 언론사 동의를 받지 않은 행위이며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한국신문협회가 시정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공정거래위에 제출했다.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전 세계적으로 저작권 논란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같은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등을 상대로 저작물 무단 사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스는 언론사가 172년간 축적해 온 기사·칼럼 등 수백만 건을 챗GPT가 통째로 베꼈다는 사례를 들면서 챗GPT가 자사의 수조 원대 투자를 편취해서 이득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챗GPT가 기사를 무단 사용해 독자를 뺏는 것은 혁신이 아니라 저널리즘 투자에 무임승차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지난 1월엔 사진 신디케이트 ‘게티이미지’가 그림 생성 AI 서비스를 출시한 영국 스타트업이 자사 사진·그림을 허락 없이 학습했다는 이유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왕좌의 게임’ 원작자를 비롯해 미국 유명 작가들도 자기 작품을 무단으로 AI 학습에 사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저작권 논란은 확산되는 추세다. EU는 AI 학습에 활용하는 저작물이 무엇인지를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도 추진하고 있다. 콘텐츠 기업들의 반발 속에서 챗GPT 측은 AP통신을 비롯해 일부 언론사와는 사용료를 지급하는 저작권 계약을 맺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네이버 등 대형 포털이 뉴스 콘텐츠를 대량 유통하면서 언론의 책임은 지지 않는 ‘무책임한 뉴스 공룡’이 등장한 지 오래됐다. 네이버의 뉴스 유통으로 언론 환경은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타사 기사를 베끼고 선정적 제목을 달아 무책임하게 유포하는 행태가 만연하며 신뢰할 수 없는 인터넷 매체가 급증했다. 여기에 인터넷의 편향적 콘텐츠를 무분별하게 학습해서 엉터리 정보를 짜깁기해 제공하는 AI까지 가세한다면 정상적인 언론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국내 빅테크 기업들도 AI 시대에 뉴스 콘텐츠와 저작권 보호를 위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세계적 흐름에 맞춰 관련 법도 빨리 정비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