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회동을 마친 뒤 이재명 대표를 응시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회동했지만 합의점을 못 찾고 헤어졌다. ‘이재명 사당화’를 비판해 온 이 전 대표는 “이 대표에게서 변화 의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탈당해 신당을 만들 가능성이 커졌다. 문재인 정부의 총리를 지낸 이 전 대표의 신당이 지지를 얻을 경우 누가 민주당의 적자(嫡子)인지를 놓고 정통성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다.

총선을 앞두고 비주류가 당을 떠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나 지금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일은 이 대표 1인을 위한 사당화가 원인이라는 점이 다르다. 민주당은 2022년 이 대표 체제 출범 전까지만 해도 당내 민주주의가 비교적 활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주류가 당의 주류를 비판하더라도 ‘수박’ 소리를 들어가며 모욕당하거나 ‘살해 위협’ 현수막이 등장하진 않았다. 견해가 달라도 상대방을 적대시하는 분위기는 적었다.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 대표가 당을 자신의 방패막이로 쓰기 시작하면서 민주당은 1인 체제를 떠받드는 조직으로 변질됐다. 이 대표는 자신이 관련된 사건을 수사한 검사를 탄핵시키는 데 당을 활용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열성 지지층인 ‘개딸’이 요구한 대로 권리당원 권한이 대폭 강화되면서 반대 목소리는 더욱 줄어들었다.

내년 총선의 예비 후보자 심사에서도 반(反)이재명 인사들은 무조건 탈락시키고 있다. 반면 돈봉투 수수 의혹이 있는 현역 의원, 음주 운전 처벌 강화 법안 주도 후 음주 운전한 전 의원, 대통령 관저 선정 관련 가짜 뉴스를 퍼뜨린 전 공무원 등이 모두 공천 ‘적격’ 판정을 받았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부인하며 좌초 가능성을 제기한 이도 영입했다. “(민주당이) 북한식 수령 체제를 닮아간다”는 등, 공산당에 비유하는 지적들이 전·현직 의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적지 않은 국민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은 결코 개혁적이거나 민생을 챙겨서가 아니다. 정부·여당이 제 역할을 못 하다 보니 민주당이 야당으로서 잘해주기를 바라며 조금 더 나은 지지를 주었을 뿐이다. 민주당이 1인 체제의 함정에서 벗어나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시키지 못한다면 야당의 적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날이 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