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빌딩에서 습격당하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 /배현진 의원실 제공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을 돌로 17차례 내리친 중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정신질환 경력과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배 의원 측에 따르면 이 중학생은 “국회의원 배현진입니까?”라고 두 번 물어 신원을 확인한 뒤 무자비하게 배 의원을 폭행했다. 처음부터 배 의원을 노린 계획 범행일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이달 초 부산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찌른 범인도 장기간 이 대표의 뒤를 밟았다고 한다. 한국도 정당과 정치인을 혐오하는 사람이 테러까지 벌이는 사회가 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연초 3주 간격으로 터진 정치 테러는 극단적 대립과 갈라치기, 상대편에 대한 혐오와 저주가 일상이 된 우리 정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1년 전 본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자 44%와 민주당 지지자 45%가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과 식사나 술자리를 함께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답했다. 정치적 견해 차이로 나라가 두 쪽이 났다는 얘기다. 이렇게 답한 비율은 정치 유튜브를 매일 여러 편 본다는 응답자층에서 53.3%, 보지 않는다는 응답자층에서 37.6%로 조사됐다. 정치권이 조장한 대립과 갈등에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들이 기름을 붓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고 국민 통합에 진력하는 것이 정치의 사명이다. 하지만 우리 정치는 여야 할 것 없이 국민 갈라치기에 앞장서고 있다. 가짜 뉴스로 상대를 악마화하면 극렬 팬덤이 열광한다. 정치인의 발언은 증오와 혐오로 점철돼 있다. 품위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런 토양에서 테러가 이어지는 것이다. 정치의 품격만 높여도 테러를 멈출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