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식 전 산업부 장관이 신임 무역협회장에 내정됐다. 윤 전 장관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경제정책 상임고문을 맡았었다. 그는 윤 정부 출범 후 KT, 포스코, 생명보험협회 등 각종 공기업, 협회장 후보로 계속 하마평에 올랐었다./뉴시스

차기 한국무역협회장에 재무 관료 출신의 윤진식 전 산업부 장관이 낙점됐다. 무협 안팎에선 현 회장인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연임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갑자기 기류가 바뀌었다. 윤 전 장관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경제정책 상임고문을 맡았다. ‘보은 인사’인 셈이다.

무협 회장단은 “급변하는 통상 환경과 공급망 재편 등 한국 무역의 당면 과제를 해결할 적임자”라고 추대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윤 전 장관은 옛 재무부에서 주로 금융·조세 관련 업무를 담당했고, 2003년 산업부 장관을 지냈지만 무역·통상의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보기는 힘든 인물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끝으로 총선·지방선거에 출마해 재선 의원을 지내는 등 경제 관련 경력이 단절된 지 14년이나 된다. 78세로, 임기 내에 팔순에 접어드는 그가 무역협회장에게 요구되는 왕성한 활동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윤 전 장관은 2022년 대통령 인수위 특별고문으로 이름을 올린 이후 KT·포스코 등 주인 없는 공기업이나 생명보험협회장 등의 후보로 끊임없이 하마평에 올랐다. 결국 돌고 돌아 거액 연봉과 최고 대우를 받는 기관장 자리를 얻었다. 외형상으론 회장단 추대 형식이지만 대통령실의 손이 작용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한국 경제가 복합 불황에 빠지자 “위기를 돌파하려면 수출이 다시 한번 저력을 발휘해야 한다”면서 수출 진흥을 강조해 왔다. 그런데 이런 중대한 시기에 무역·통상 전문가와는 거리가 먼 인사에게 민간 수출 사령탑 수장을 맡기는 것이 적재적소 인사인지 의문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이른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로 불리는 낙하산 인사가 극심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집권하면 사장을 지명하고 캠프 인사를 시키고, 그런 거 안 한다”고 했다. 하지만 윤 정부에서도 캠프 특별고문 출신 김동철 전 의원이 한전 사장, 캠프 정무특보 출신 이학재 전 의원이 인천공항공사 사장 자리를 차지하는 등 비전문가를 내려 꽂는 인사가 꼬리를 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