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 소재 대만 TSMC 신(新)공장 전경.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와 일본 소니·덴소의 합작 법인 ‘JASM’이 이틀 뒤 개소식을 갖고 이 공장 운영을 시작한다./교도/로이터 연합뉴스

대만 반도체 기업 TSMC가 일본 구마모토에 지은 반도체 공장이 오는 24일 준공한다. 당초 5년 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365일 24시간 공사로 2년 만에 완공했다. 2021년 10월 투자 계획을 발표한 시점부터 따져도 2년 4개월밖에 안 걸렸다. 미국 인텔도 올해 말부터 1.8나노미터급 주문형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발표했다. 2021년 3월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선언한 지 3년도 안 돼 양산 체제를 완성하는 것이다. 과거 반도체 주도국이었던 미국과 일본이 한국은 상상도 못 할 만큼 놀라운 속도전으로 반도체 부활에 나섰다.

TSMC의 구마모토 공장은 3년 전만 해도 양배추 밭이었다. 일본 정부는 50년 이상 묶었던 규제를 풀고, 인허가 절차를 대폭 줄였다. 지자체는 용수나 도로 정비에 발 벗고 나섰다. 일본 정부는 투자액의 40%인 4조2000억원을 조건 없이 보조금으로 지급했다. TSMC는 2027년까지 일본에 제2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한다. 3공장 건설 얘기까지 나온다. TSMC 창업자인 모리스 창 전 회장은 “용수와 전력이 풍부하고 일하는 문화도 좋아 일본은 (반도체 생산에) 이상적인 장소”라고 했다.

일본은 1980년대에 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이 50%에 달했는데 미국의 견제에 밀리고 속도전을 펼치는 한국과 대만에 경쟁력을 잃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크고 작은 대만 반도체 회사 최소 9곳이 일본에 공장을 설립하거나 사업을 확장했다. 더 많은 대만 기업이 투자를 검토 중이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와 장비 부문에서 세계적 선도 업체를 갖추고 있다. 반도체 제조 인프라 완성도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밤새워 일하며 경쟁자를 속도로 압도하는 일은 과거 한국의 주특기였다. 그러나 구마모토 공장 같은 ‘24시간 365일 공사’는 이제 한국에서 불가능하다.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인 주 52시간제에 묶여 있는 데다 자칫 사망 사고라도 나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경영진이 감옥에 가는 나라가 됐다.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019년 2월 투자 의향서를 제출하고 이제서야 부지를 조성해 내년 3월 1기 공장 착공에 들어간다. 지역 민원, 용수 공급 인허가 등에 발목 잡혀 다섯 차례 이상 착공이 연기됐다. 이런 나라의 미래가 무엇일지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도 거의 모든 개혁이 저항에 묶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