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저녁무렵부터 인터넷 사이트에 나돌고 있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의원' 명단. 여기에 든 28명의 의원 중 신동근, 고민정, 김한규 의원은 '부결표'를 던졌다고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SNS 갈무리) ⓒ 뉴스1

민주당 친이재명계인 김성환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현역 평가 하위 20%에 비이재명계가 많은 이유에 대해 “의원 평가 항목 중에 다른 의원들과 당직자 및 지역권리당원, 주민들의 평가가 작년 11월, 12월 중에 실시됐다”면서 “그 직전인 9월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안이 가결됐을 때 도대체 누가 가결 표를 던졌을까 논란이 한참 진행되던 시점에 평가가 이뤄져 그 요소들이 평가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작년 9월 21일 국회에서 표결에 부쳐진 이재명 의원 체포 동의안은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통과됐다. 최소한 민주당 의원 중 29명이 찬성표를 던졌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번에 민주당 현역 하위 20% 평가를 받은 31명과 비슷한 숫자다.

당시 표결 이후 이재명 대표의 지지층 인터넷 게시판에는 반란 표를 던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비명계 의원들의 명단이 ‘살생부’라며 돌아다녔다. 친명 지지층들은 이들을 비명계를 일컫는 은어인 ‘수박’으로 규정하며 “반드시 내년 총선 공천을 통해 응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자신이 하위 평가를 받았다고 공개한 의원들은 거의 모두 비명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대부분 국회 본회의 및 상임위 출석률이 높고 자신이 대표 발의한 법안 수도 많아 상대적으로 입법 활동에 충실해 왔다고 평가되는 경우에 속한다. 그런데도 이들이 하위 10%, 20%로 평가받았다면 의정 활동과는 무관한 다른 문제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됐는데, 김 의원은 그 이유가 바로 이재명 체포 동의안 문제라고 밝힌 셈이다. 이재명 대표도 하위 20% 평가에 대한 논란에 관해 “동료 평가에서 0점 받은 분도 있다”면서 “여러분도 누군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체포 동의안 살생부가 변수가 됐다는 김 의원 분석과 같은 취지 아닌가.

체포 동의안 표결은 무기명이어서 누가 어떤 표결을 했는지 알 방법이 없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의 가, 부 판단은 의원 자질 평가 기준이 될 수도 없다. 그런데도 누가 반란 표를 던졌을 것이라는 의심이 총선 공천의 핵심 기준으로 작용했다면 공당임을 포기한 것이다. 이런 충격적 내용을 친명계 의원이 거리낌 없이 밝히고 있다. 민주당은 지금 이런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