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지난 2월 26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이 끝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이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아내 김혜경씨를 ‘배우자실 부실장’이란 직함으로 보좌한 권향엽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에 공천했다. 이 지역 현역 의원은 권씨보다 지지율이 두 배 이상 높았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 지역구를 ‘여성 전략특구’로 지정해 현역 의원을 컷오프 시킨 뒤 권씨를 공천했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여성전략특구’를 지정한 것은 이곳이 유일하다. 권씨에 대해서는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도 권씨 공천을 밀어붙였다. 심지어 이 대표의 극성 지지층인 ‘개딸’들의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대선에서 ‘배우자 실장’으로 김씨를 수행한 이해식 의원은 지난달 서울 강동을에 단수 공천됐다. 김씨를 지근 거리에서 수행했던 배우자실 실장, 부실장이 민주당 공천 파동 와중에도 경선을 치르지 않고 총선 본선행 티켓을 손쉽게 받은 것이다. 특히 권씨가 공천된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은 민주당의 텃밭으로 사실상 당선이 확정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혜경씨는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민주당 관계자 등에게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김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최대 100건까지 사적 사용이 의심된다는 결론이 나왔다면서 업무상 횡령‧배임으로 경찰청에 수사 의뢰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김혜경씨를 보좌하는 ‘사모님 팀’을 통해 사적인 영역의 보좌를 받은 것도 수사 중이다. 김혜경씨의 위법 문제는 앞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결국 대선 당시 쟁점이 됐거나, 아직 알려지지 않은 김혜경씨의 문제를 잘 알고 있으며 관련 대책을 논의했던 주변 인물들을 배려해 입막음한 것이 김씨 비서들 공천의 숨은 뜻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앞으로 자신의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더라도 민주당 대표직을 확고하게 유지하고 장차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민주당을 완전히 ‘이재명당’으로 만들겠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총선 후 자신에게 도전할 수 있는 정치인들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다. 도를 넘는 행태에 민주당 내에서도 개탄이 나오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제는 자신의 아내 비서들까지 사실상 국회의원이 된 것과 다름없는 공천을 주고 있다. 전통의 주요 정당이 이처럼 개인의 사유물처럼 된 적은 없었다. 이 대표의 폭주가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