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을 맡은 정봉주 전 의원(왼쪽)이 지난해 1월 국회에서 열린 교육연수원 발대식에서 이재명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에 공천받은 정봉주 전 의원이 과거 북한 목함 지뢰 피해 장병들을 조롱한 발언에 대해 “당시 직접 전화로 사과드렸다”고 했다. 하지만 피해 장병들이 “사과받은 적이 없다”고 하자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사과드렸고 당사자에겐 못 했다”고 말을 바꿨다.

2015년 북한은 DMZ(비무장지대) 남쪽 우리 측 출입문 바로 앞에 목함 지뢰들을 몰래 설치했다. 우리 군 부사관 2명이 이 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는 중상을 입었다. 젊은 청년들이 나라를 지키다 평생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안게 됐다. 그런데 정 전 의원은 2017년 “DMZ에 들어가서 발목 지뢰를 밟은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을 경품으로 주는 거야”라고 했다. 파문이 커지자 뒤늦게 사과했지만 그마저도 거짓으로 둘러댄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반응 역시 납득할 수 없다. 그는 “본인이 당시 사과했고 아주 많은 세월이 지났다는 점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했다. 사람으로서 기본 인성이 의심되는 일인데도 사과가 사실이었는지 확인도 않은 채 뭉개고 넘어가려 했던 것이다. 파문이 커지자 뒤늦게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정 전 의원은 그간 숱한 막말과 부적절한 언행으로 논란을 빚어왔다. 2015년 조계종을 북한 정권에 비유해 불교계의 반발을 샀다. 해명 기자회견 땐 여성 신도를 밀어 넘어뜨려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유튜브에서 정치 성향이 다른 국민을 “벌레”라고 불렀고, 여야 의원들에겐 욕설을 했다. 성추행 의혹으로 지난 총선 공천에서 배제됐다.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기자들을 고발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그런데도 그는 이번에 서울 강북을구 경선 자격을 얻었다. 민주당은 이 지역 현역이자 비이재명계인 박용진 의원에게 최하위 평가를 줘 ‘30% 감점’을 받게 했다. 그 덕에 정 전 의원은 공천을 받았다.

이 같은 결과는 정 전 의원이 친이재명을 자처하며 이 대표를 감싸고 반대편엔 막말 공격을 한 ‘공적’ 덕분이다. 대선 때 이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삶은 멸치 대가리들”이라고 했다.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이 일자 “왜 이재명 혼자 책임이냐. 당 전체 책임”이라고 했다. 돈봉투 사건엔 “송영길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를 끌어들이면 안 된다”고 했다. 당 비대위원장이 이 대표 말을 듣지 않자 “9급 공무원으로 가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런 정 전 의원을 당 교육연수원장에 임명했다. 어떤 ‘교육’이고 ‘연수’인가. 민주당은 정 전 의원 공천을 뒤늦게 취소했다. 공천이 취소됐으니 차점자인 박용진 의원을 공천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다. 그런데 제3의 인물을 공천하겠다고 한다. 비명계는 무조건 쳐내겠다는 얘기다. 민주당 공천에선 이런 무도한 일이 거의 매일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