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덕(왼쪽부터),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준호 새진보연합 정책본부장, 정태흥 진보당 정책위원장이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례연합정당 관련 정책연대를 위한 회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4.2.15/뉴스1

민주당이 진보당 출신 3명을 비례대표 당선권에 공천한 데 이어 지역구 60여 곳에서도 후보를 단일화했다. 당초 울산 북구를 진보당에 양보한 데 이어 부산 연제 단일화에서 진보당이 승리했다. 최대 5명의 진보당 출신 의원이 탄생하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민주당은 한발 더 나아가 진보당 정책을 총선 공약에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진보당은 이번 총선에서 부유세 도입, 부채 탕감, 주택 거래 허가제, 에너지 무상 공급 등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는 정책을 대거 공약했다. 진보당 강령에는 ‘불평등한 한미 관계 해체’ ‘대외 의존 경제 및 재벌 해체’ ‘교육·의료·주거·이동 등 무상 제공’ 등이 들어 있다. 시장경제와 한미 동맹은 대한민국 건국 이후 줄곧 체제의 근간이었고, 평화와 번영의 기반이었다. 진보당의 강령과 공약은 이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민주당이 이들과 정책 연대까지 하겠다고 한다. 국회 다수당이 대한민국 체제 부정에 동참하겠다는 것인가.

민주당이 진보당의 국회 진출을 돕는 이유는 총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진보당은 통진당 시절 정당 득표율이 10%를 넘은 적이 있고, 4년 전 총선에서도 민중당이란 이름으로 1% 남짓 득표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진보당 지지율은 1% 내외로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과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수도권 지역구에서 진보당 후보가 출마해 표를 잠식할 경우 민주당 후보의 당락이 바뀔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이 대표가 진보당의 주축인 경기동부연합과 가깝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대표가 과거 성남시장, 경기지사 선거 때 경기동부연합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진보당 전신인 통진당은 내란 선동 사건으로 위헌 정당 심판을 받고 해산됐다. 통진당은 애국가를 거부하고 유사시 우리 국가 기간 시설 타격을 모의한 집단이다. 당 이름을 바꿔도 사람은 그대로이고 강령과 정책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7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정당이고 세 차례나 집권했다. 아무리 한 표가 아쉽다고 해도 민주당이 이런 사람들과 연대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헌법의 보호를 받으며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당으로서 지켜야 할 선을 넘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