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와 의대 교수 사직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28일 서울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03.28.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을 대표하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과 면담했다. 대통령실은 “박 비대위원장이 전공의의 열악한 처우와 근무 여건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고 대통령은 이를 경청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또 “윤 대통령이 의사 증원 논의 때 전공의들 입장을 충분히 존중키로 했다”고 밝혔다.

반면 박단 위원장은 면담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고 썼다. 면담 결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는 면담 전 내부 공지에서 “기존 요구에서 달라진 점은 없다”고 했다. 기존 요구는 의대 증원과 필수 의료 패키지 전면 백지화,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이다. 비대위는 또 “요구안 수용이 불가하면 원래 하던 대로 다시 누우면 끝”이라고도 했다. 환자들이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해 큰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 전공의들이 정부가 백기를 들지 않으면 다시 눕겠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곤란하다.

전공의들의 현장 이탈이 장기화하면서 환자들의 불안과 국민 불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직은 상당수 의대 교수들이 현장을 지키며 전공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지만 곳곳에서 한계에 이르러 응급·중증 환자 진료마저 차질이 생기는 지경이다. 지난달 말에도 충북 충주에서 넘어진 전신주에 깔린 70대가 병원 3곳으로부터 이송을 거부당한 끝에 결국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기약도 없이 하염없이 수술을 기다려야 하는 암 환자들과 가족들은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의대 증원 2000명 숫자에 대한 정부의 비타협적인 자세와 함께 의료계가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의대 증원 철회 주장만 해온 것 역시 이번 사태가 장기화된 주요 원인으로 꼽혀 왔다. 의대 증원 규모에 문제가 있다면 의료계가 합리적인 근거에 바탕을 둔 통일된 안을 갖고 와달라는 대통령 주문도 일리가 있다. 지금부터라도 전공의, 의대 교수, 개원의, 의대생 등의 의견을 모아 단일안을 내려는 노력을 더 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와 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을 헤아린다면 해법 마련을 훨씬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