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한국과학기자협회가 개최한 '2023년 과학기자대회'에서 의사과학자를 주제로 언론과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뉴스1

국회입법조사처가 의대 정원의 일정 비율을 의사과학자 트랙으로 지정해 별도의 선발·교육 체계로 육성해야 한다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냈다. 의사과학자는 의사 면허를 갖되 환자 진료가 아니라 새로운 의료 기술, 신약, 첨단 의료 장비를 연구 개발하는 사람이다. 의과학 분야와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글로벌 제약 시장만 해도 2022년 1조4820억달러로 연평균 5% 성장하고 있다.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스위스 등 선진국들은 1970년대부터 의사과학자를 체계적으로 양성해 왔다. 하버드대 병원 의사 3000명 중 3분의 1이 의사과학자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절반이 의사과학자다. 세계 상위 제약회사 10곳의 최고기술책임자 중 70%가 의사과학자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의사과학자 양성·활동은 유명무실하다. 의대 졸업생은 연간 3800명 정도지만, 이 중 의사과학자 길로 가는 사람은 1% 미만이다. 그나마 제대로 운영되지도 않는다. 서울대 의대는 대학원에 의과학과를 두고 있지만 신입생 중 의사면허를 가진 사람은 1년에 5명 정도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최상위 수험생들이 의대로 진학한 지 20년이 돼 간다. 이 인력의 일부가 국가의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의사과학자 양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서울대가 지난 3월 초 의사과학자를 양성할 ‘의과학과’를 의대 학부에 신설하겠다며 정원 50명을 신청했지만 정부가 돌연 이를 불허했다. 왜 그랬는지 설명도 하지 않는다. 서울 소재 의대 증원을 ‘0′명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는 납득 못 할 뒷얘기만 있다. 의대 증원 문제와 의과학과가 무슨 상관인가. 엉뚱한 일로 정부가 의과학 발전의 발목을 잡아서야 되겠나. 서울대는 물론 카이스트, 포스텍 등 좋은 과학 공학 인프라를 가진 대학들도 자유롭게 의과학을 연구하고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서울대 의과학과 신설부터 승인해 물꼬를 트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