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파업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29일 파업을 선언했다. 현실화된다면 1969년 창사 이래 55년 만의 첫 파업이다. 올해 임금 인상률을 5.1%로 하자는 사측 제안을 거부하고 노사 협상을 결렬시킨 뒤 다음 날 전격 파업을 선언했다. 노조는 일단 연차 소진 등의 방식으로 다음 주 하루를 단체로 쉬는 행동에 돌입하고, 서초사옥 앞에서 버스 숙박 농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 후 단계를 밟아 총파업까지 갈 수도 있다고 했다.

파업을 선언한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삼성전자 내 5개 노조 가운데 최대 노조다. 조합원 수가 2만8000여 명으로, 전체 직원의 20% 수준이다. 반도체 사업부 직원이 절대 다수로 파악된다. 작년까지만 해도 조합원 수가 1만명에 못 미쳤는데 지난해 반도체 부진으로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자 노조원 수가 급속히 늘어났다고 한다.

삼성전자 직원은 평균 임금이 1억2000만원에 달하는 국내 최고 대우 샐러리맨들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반도체 부문에서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내는 바람에 초과이익성과급 지급률을 0%로 책정했다. 극심한 반도체 적자에선 벗어났지만 비상 경영에 돌입해야 할 정도로 안팎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각국 정부가 총력전을 펴면서 반도체 산업을 키우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로 밖에서는 경쟁 기업인 TSMC에 밀리고, 안으로는 HBM 공급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빼앗긴 상태다.

삼성전자는 직원들에게 성과급만 못 준 게 아니라 지난해 낸 막대한 적자 때문에 올해 법인세도 나라에 한 푼 못 내는 지경이다. 그런데도 노조 측은 “일한 만큼 보상받지 못한다는 마음이 있고 이 때문에 사기가 떨어지는 것”이라며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해달라”고 주장한다. 전 직원이 마음을 합쳐 회사를 살리는 데 주력해도 모자랄 판에 억대 연봉자들이 이 무슨 철부지 같은 떼쓰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