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가 7일 우타르프라데시주 아그라 타지마할을 방문해 건물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 여사의 2018년 인도 출장 논란에 대해 페이스북에 “국정을 안다면 있을 수 없는 치졸한 시비” “참 민망하고 한심한 일”이라고 글을 올렸다. 문 전 대통령은 “예산이나 경비에 의문이 있다면 소관 부처(문체부)에 물어볼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내의 인도 순방은 아내가 원한 것이 아니다. 인도 측에서 지속적으로 나의 방문을 희망하니 나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아내를 설득해 등 떠밀듯이 가게 한 것”이라고 썼다.

김 여사의 인도 방문 논란이 다시 불거진 것은 문 전 대통령 자신이 단초를 제공했다.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서 ‘영부인 첫 단독 외교’라고 표현했는데 사실과 다른 점이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인도 측 초청을 받아 정부 대표단을 이끈 사람은 문체부 장관이었고, 김 여사는 ‘특별수행원’ 자격이었다. 첫 단독 외교도 아니었다. 2002년에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아동특별총회 본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당시 자격도 정부 대표단 수석 대표였고 대통령 없이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하지도 않았다. ‘영부인 단독 외교’가 아무 문제 될 게 없었다.

반면 김 여사는 역대 대통령 부인 가운데 유일하게 대통령 없이 전용기를 타고 단독 외유를 했다. 장관 출장에 들었을 비용의 몇 곱절 예산을 썼다. 일정에 타지마할 관광까지 포함돼 논란을 자초했다.

문 전 대통령 부부는 취임 초기에 칫솔·치약 하나도 사비로 구입해 쓴다고 했다. 청와대 인근 저가 숍에서 생활용품을 구입한 ‘미담’이 언론에 보도된 적도 있다. 반면 김 여사의 의상과 액세서리가 역대 대통령 부인들보다 눈에 띄게 화려하고 해외 순방 일정마다 관광지 방문이 잦아 논란이 됐다. 시민 단체 고발로 대통령 부인 의전 비용을 공개하라는 법원 1심 판결까지 나왔는데도 당시 청와대는 “국익을 현저히 해친다”는 해괴한 논리로 법원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그러다 대통령 임기가 끝나 모든 서류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된 바람에 항소심이 각하돼 옷값 공개를 안하고 퇴임해 버렸다. “참 민망하고 한심한 일”이라는 문 전 대통령의 말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