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제22대 국회 원구성 논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오후 5시에 예정된 본회의가 8시로 미뤄졌다. 사진은 이날 텅 빈 본회의장 모습. /뉴시스

민주당이 어제 국회 본회의를 열어 박찬대 원내대표를 국회 운영위원장으로, 정청래 의원을 법사위원장으로 선출하는 등 자기 당 의원들을 11개 상임위 위원장으로 뽑았다. 여야의 전반기 원(院) 구성 협상이 결렬되면서 민주당 단독으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주 안에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가 사상 처음으로 야당 단독으로 개원해 헌정사에 오점을 남긴 데 이어 상임위까지 민주당이 독식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 상임위를 배분하는 원 구성 협상이 결렬된 것은 법사위와 운영위를 둘러싼 이견 때문이다. 그동안 1당이 국회의장을, 2당이 법사위원장을, 집권당이 대통령실을 담당하는 운영위원장을 맡는 게 관례였다. 국회 운영이 다수결로만 이뤄지면 승자 독식이 불보듯 뻔하니 최소한 이들 상임위엔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금까지 의회가 만들고 지켜왔던 불문율을 모두 무시하고 있다. 총선 압승을 ‘입법 폭주 면허증’으로 착각한 것처럼 보인다.

민주당이 특히 법사위원장을 고집하는 것은 피감기관인 법무부, 검찰, 법원, 공수처, 감사원 등에 자료를 요구하거나 국회로 불러 영향력이나 압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와 재판과 관련이 있다. 민주당은 표면적으로 “다수당의 신속한 법안 처리가 총선 민의”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한 정당이 국회를 마치 점령이라도 한 듯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할 경우 그 결과는 다수당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의 힘에 의한 국회 운영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의 명분만 쌓아줄 뿐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처리에 맞선다며 본회의에 불참하고 회의장 밖에서 농성을 했다. 향후 상임위 활동을 비롯해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하지만, 집권 여당의 이런 모습 또한 무책임하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까지 해놓고 처리하지 못한 연금개혁안을 비롯해 저출생 극복 법안, 방폐장법 등 민생 법안들이 쌓여있는데 22대 국회에서 언제 처리될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