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12일(현지 시각) 백악관 언론 브리핑룸에서 언론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EPA 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9일 인터뷰에서 “북·중·러의 핵 증강을 우려하고 있다”며 “최소한 핵무기 확대를 검토 대상에 올리라는 전문가 위원회를 포함한 초당적 요구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핵 확대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앞서 프라나이 바디 백악관 군비통제·군축·비확산 담당 선임보좌관도 “적국이 현재 궤도를 바꾸지 않으면 향후 몇 년 내에 배치된 (핵무기) 숫자의 증가가 필요한 시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형 전술핵무기인 B61-13 개발과 오하이오급 핵 추진 잠수함의 수명 연장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미국은 1991년 소련과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맺은 이후 핵 확산을 막는 데 주력해왔다. 특히 오바마·바이든의 민주당 정부는 ‘핵 없는 세상’을 강조하며 기존 핵도 줄이려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핵 군축 조약 불참을 선언하고, 중국이 2030년까지 핵탄두 1000개 보유 계획을 진행하는 등 세계 핵 안보 질서가 요동치자 미국도 ‘핵 증강’으로 선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트럼프의 공화당은 “실전 배치 핵탄두를 늘려라” “핵 군비 경쟁에 나서라”고 할 정도로 더 적극적이다.

미국의 핵 정책 변화는 한반도 안보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트럼프 재집권 시 기용이 유력한 콜비 전 국방부 부차관보는 “주한 미군을 중국 견제에 활용하는 대신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 상원 군사위 공화당 간사인 위커 의원도 북한 핵 위협을 우려하며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와 “나토식 핵 공유”를 말했다. 의미가 같지는 않지만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핵 확장 필요성을 거론하는 만큼 11월 대선을 고비로 미국이 새로운 핵 정책을 짤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한·일이 자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에 열린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던 사람이다. ‘핵 군축’을 고집하던 민주당 정부도 종전과 다른 말을 하기 시작했다. 북·중·러의 핵 폭주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중·러와 머리를 맞댄 우리만 핵이 없다. 일본은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이 있지만 우리에겐 없다. 미국의 핵 정책 선회에서 ‘핵 확보’ 기회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