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집단 휴진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지난 17일부터 이어온 전면 휴진을 닷새 만에 중단하기로 했다.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948명 중 698명(74%)이 휴진을 중단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의 저항’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지금 휴진을 이어가는 것은 명분도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대다수다. 이런 여론 앞에서 교수들이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렸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시작한 이후 환자들의 불안은 매우 커졌다. 환자 단체가 다음 달 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겠다고 할 정도였다. 서울대병원 교수들도 전면 휴진을 중단한 배경으로 환자 피해 우려 상황을 꼽았다. 대법원도 지난 19일 정부의 의대 증원·배분 처분을 중지해 달라며 의대생, 교수 등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최종 기각했다. 국민 피해와 분노가 커지는 데다 대법원 최종 결정까지 나와 더 이상 상황이 바뀔 여지도 없어졌다. 더 이상의 파업은 무의미하다. 서울대병원이 휴진을 중단함에 따라 집단 휴진을 결의했거나 논의 중인 세브란스 병원, 서울아산병원 등도 같은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이제 전공의들도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정부는 불공정 논란을 감수하면서도 복귀하는 전공의에겐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거듭 약속하고 있다. 더 이상 전공의들이 밖에 있을 이유가 없다. 의사들이 환자 생명을 볼모로 무엇인가를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크게 잘못된 것이다. 군인이 파업할 수 없는 것처럼 의사도 파업을 할 수 없다. 법 이전에 아픈 사람은 치료해야 한다는 인간의 기본 윤리에 관한 것이다.

정부는 필요한 의사 인력을 추계하고 의대 증원 규모를 조정할 기구를 만들겠다고 했다. 마침 의사협회도 범의료계 특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의료계의 공통된 목소리를 낼 조직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제 의사들도 내년도 의대 증원보다 훨씬 중요한 필수·지역 의료 수가 인상, 전공의들의 근무 여건과 처우 개선, 의사 사법 리스크 경감 방안 등을 정부와 본격 협의에 나서기 바란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의료계가 이번 사태에서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다시 쌓아가는 첫걸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