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밤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 사고를 낸 차량. /박상훈 기자

60대 운전자의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로 9명이 숨진 이후에도 고령 운전자의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9일 경기 수원에서 70대가 몰던 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사고 차량은 반대편 1차로에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을 들이받은 이후에도 그대로 달려 다른 승용차 4대를 더 들이받고서야 멈춰 섰다. 4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 6일엔 80대가 몰던 승용차가 서울 용산구의 주유소를 빠져나가다 갑자기 인도도 돌진하면서 보행자 2명이 다쳤고, 지난 3일엔 70대 운전자가 몰던 택시가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 외벽을 들이받아 3명이 다쳤다.

아직 이들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 시청역 역주행 사고를 낸 운전자는 여전히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고, 수원 역주행 사고 운전자도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들 사고의 공통점이 하나같이 어이없다는 것이다. 역주행 사고는 말할 것도 없고, 6일 주유소에서 발생한 사고도 차량이 주유소 출구로 나와 차로로 진입하다 갑자기 인도로 돌진한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발생한 사고도 택시기사가 손님을 내려주고 회전하다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운 사고다.

한편에선 운전자가 고령이라는 점을 사고 배경으로 지목한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인지 능력과 반응 속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 전체 교통사고 중 65세 이상 운전자 비율이 2020년 14.8%에서 2022년 17.6%로 늘었다. 사회 고령화에 따라 비율이 늘어나는 측면이 있지만 무시할 수 없는 증가 추세다. 하지만 요즘은 젊은이 인지 능력 못지않은 노년도 흔하다. 노년의 인지능력에 못 미치는 청장년도 있다. 나이는 중요한 변수이지만 그것이 전부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결국 ‘고령’이 아니라 ‘고위험’ 운전자를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마침 경찰도 고위험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일정 나이 이상의 고령자만이 아니라 질병·장애 등으로 인지 능력이 낮아져 사고 위험이 높은 고위험 운전자의 야간이나 고속도로 운전 등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이미 유럽 몇몇 나라와 미국 일부 주에서 시행하고 있다. 우리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