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2차 총파업에 나선다. 사흘간 진행했던 1차 총파업과 달리 이번에는 1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 사진은 1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뉴스1

삼성전자 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총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무기한 파업을 선언했다. 노사협의체에서 합의한 것보다 돈을 더 달라는 것이다. 전삼노 측은 파업 목적을 ‘반도체 생산 차질’로 내걸었다. 전삼노의 조합원 수는 3만여 명으로 삼성전자 내 5개 노조 가운데 가장 조합원 수가 많다. 조합원 대부분이 반도체 부문 소속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세계적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자 노조원 수가 급증했다. 전삼노에 따르면 총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인원은 6500여 명이고 이 중 반도체 직군이 5200여 명이다.

세계에선 지금 ‘칩 워(chip war)’가 벌어지고 있다. 주요국들이 사활을 걸고 반도체 전쟁을 벌인다. 이 치열한 경쟁 속에 파운드리 부문의 세계 1위인 대만 TSMC는 무(無)노조 경영을 선언하고 24시간 365일 가동한다. 1987년 창사 이래 노조가 결성된 적도 없다. 반도체가 단순한 산업을 넘어 중국의 침공으로부터 대만을 지켜주는 전략 자산이라는 막중한 책임감 때문이다.

국가 전략 산업인 반도체는 우리에게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수출 1위 품목이고 국내 생산 및 투자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지난해에만 삼성전자에 6조7000억원에 달하는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했다. 정쟁으로 법안 통과는 뒷전이던 국회조차 반도체만큼은 지원해야 한다며 여야 모두 반도체 산업을 전폭 지원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만큼 반도체는 단순한 산업 현장이 아니라 국운이 걸린 생명선이다.

삼성전자는 평균 임금 1억2000만원이 넘는 국내 최고 대우 근로자들이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내 그동안 주던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했다. 이런 막대한 적자가 났는데 성과급을 어떻게 주나. 이제 반도체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조만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근로자들은 국내 어떤 근로자들보다도 많은 돈을 손에 쥐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돈을 더 내놓으라고 반도체를 볼모로 잡고 파업을 벌인다. ‘돈독’이 올랐다는 표현이 과한가. 이들의 규모는 아직 크지 않지만 앞으로 민주노총이 침투하고 돈 더 달라는 요구가 퍼지면서 반도체 산업을 흔들 지경으로 갈 수도 있다. 한국 반도체가 전력난, 용수난, 인재난에 이어 이제 파업난까지 겪어야 한다면 어떻게 경쟁에서 살아남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