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진영

서울시가 9월부터 시범 실시하는 ‘필리핀 가사 관리사(도우미)’ 신청자가 5일 만에 1500명을 넘어섰다. 이번에 들어올 필리핀 도우미는 100명이고, 서울시가 300가구에 연결해 줄 예정인데, 신청 마감일(8월 6일)이 열흘 이상 남아 있는 상황에서 벌써 경쟁률이 5대1을 웃돌고 있다.

필리핀 도우미 신청 열기는 우리 사회에 저비용 가사 도우미의 수요가 얼마나 많은지 보여준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은 가사 도우미와 간병인 등 돌봄 서비스 인력이 2042년이면 155만명 부족해진다면서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할 것과 이들에 대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정책 대안을 제시했었다.

맞벌이 부부의 가사·육아 도우미 비용은 월평균 264만원에 달한다. 한 사람 버는 수입을 전부 육아 도우미 비용으로 지불해야 하는 실정이다. 한국이 세계 최악의 저출생국이 된 데는 과도한 육아 비용도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출산·육아 등의 사유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 단절 기혼 여성이 140만명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가사 도우미 고용은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고, 저출생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높은 도우미 임금 수준이다. 이번 필리핀 가사 도우미의 시간급은 최저임금(9860원)과 4대 보험료를 감안해 시간당 1만3700원으로 책정됐다. 홍콩(2797원), 싱가포르(1721원)의 5~8배에 이른다. 싱가포르는 외국인 가사 도우미의 최저임금을 8개 파견국과 협의해 결정한다. 홍콩은 최저임금 적용에 외국인 가사 도우미는 예외를 뒀다. 그런데도 가정에서 숙식하며 월 77만원 정도 받은 홍콩의 외국인 가사 도우미들은 매우 만족하면서 절대다수가 계속 일할 의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월 100만원 수준이면 우리도 도움을 받고 그들에게도 도움이 될 방안이 될 것이다.

정부는 내·외국인 임금 차별을 금지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때문에 최저임금을 보장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대안으로 제시한 대로, 개별 가구가 외국인을 직접 고용하는 사적 계약 방식을 활용해 ILO 협약을 우회하는 방안도 있다. 맞벌이 부부들이 저렴한 비용에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 제도를 정비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