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위급 리종혁, 2018년 경기도서 열린 아태협 행사 참석 - 북한 리종혁(가운데) 조선아태위 부위원장이 지난 2018년 11월 ‘제1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 대회’ 참석을 위해 경기도를 방문해 당시 이재명(왼쪽) 경기지사, 이화영(오른쪽)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기념 촬영을 했다. /연합뉴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수감돼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가 총선 직후인 지난 4월 말 구치소에 면회 온 민주당 의원들에게 “여러분도 누군가 대속(代贖)을 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에게 안부를 전해달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구치소 수감자와 면회 온 사람의 대화는 자동으로 녹음된다. 그 내용을 26일 열린 이 전 부지사의 항소심 첫 재판에서 검찰이 공개한 것이다.

대속은 남의 죄를 대신해 벌을 받거나 속죄한다는 뜻이다. 이 전 부지사가 한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제3자가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간의 상황을 보면 어느 정도 추정은 할 수 있다. 대북 송금 사건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경기지사이던 시절 벌어진 일이다. 쌍방울 임직원들이 외화 밀반출을 다 인정했고, 김성태 전 회장은 돈을 건네고 북측 인사에게 받은 영수증까지 제출했다. 유죄를 피하기 어려운 이화영씨 입장에선 이 전 대표에게 이를 보고한 사실을 인정해야 그나마 책임을 덜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작년 6월 “대북 송금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가 번복했고, 이후 검찰청 술자리에서 회유를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를 근거로 이 전 대표는 “희대의 조작 사건”이라며 사건을 진실 공방으로 몰고 갔다. 결국 이화영씨 입장에선 자신이 이 전 대표를 끌어들이지 않고 ‘희생’한 덕분에 민주당과 이 대표가 무사할 수 있었다는 점을 전하고 싶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씨는 이 면회가 있은 지 두 달 뒤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씨는 의원들을 만나기 전 구치소를 찾아온 아내에겐 “이재명 대표를 한번 만나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씨 아내는 남편이 대북 송금을 이 전 대표에게 보고한 사실을 진술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법정에서 “정신 차려라”라고 소리쳤던 사람이다. 이후 변호인이 민주당 측 인물로 교체됐고, 이 전 대표 측근 의원이 이화영씨 아내·측근과 접촉한 뒤 이씨는 진술을 번복했다. 이어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내는 등 갖은 재판 지연 시도를 했다. 이 전 대표 방탄을 위한 사법 방해였다. 이씨가 자신이 저지른 일 이상으로 남의 죄 값을 대신 치르고 있다면 그 대가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되돌려 받을 수 있을지 답답할 것이다. 그래서 아내에게 “이 대표를 한번 만나달라”고 부탁한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