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지도하는 김정은과 김주애.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북한 김정은 딸 주애가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다고 국회 정보위에 보고했다. “어린 김주애에 대한 주민 반응을 의식해 선전 수위 및 대외 노출 빈도를 조정하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 1월 “유력한 후계자로 보인다”고 평가한 데 이어 북한의 4대 세습 시도를 공식화한 것이다.

북한 선전 도구는 지난 3월 김주애에게 ‘향도’라는 표현을 처음 썼는데 이는 수령이나 후계자에게만 붙이는 용어다. 향도는 ‘나아갈 길을 밝힌다’는 뜻이다. 김주애가 ‘샛별 여장군’으로 불리는 것도 주요 근거다. 김정은도 후계자 시절에는 ‘샛별 장군’이었다. 또 김주애의 공개 활동 중 군사 분야가 60%에서 70%로 증가한 것도 후계 수업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2022년 10월 중앙간부학교에서 핵개발을 자랑하며 ‘후사’라는 말을 처음 꺼냈다. 4대 세습 시동을 건 것이다. 한 달 뒤 ICBM 발사장에 김주애를 처음 데리고 나왔다. 작년 초 북한군 창설 열병식에서 신형 미사일을 보며 손뼉 치는 김주애 독사진이 등장하더니 주요 군사 활동 사진에서 김주애는 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최대 유산인 핵무기를 물려줄 후계자가 김주애라는 이미지를 북 주민들에게 심는 것이다. 각본이 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은 세습 때마다 대형 도발을 해왔다. 김정일은 아웅산 테러를 일으켰고 김정은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저질렀다. 무력과 폭력으로 세습 정당성을 얻으려는 것이다. 남녀 차별이 극심한 북한에서 여성이 후계자 지위를 굳히려면 종전보다 더한 도발이 필요할 수도 있다. 김씨 정권이 가진 것은 폭력뿐이다. 김주애 후계 공식화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김씨 일가가 4대 세습에 성공할지도 의문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철저히 세뇌당하는 북 주민들은 정상적 사고 능력이 떨어져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이제는 한류가 북에 스며들고 있다. ‘한국이 잘산다’는 사실을 모르는 북 주민이 없다. 헐벗고 굶주리며 한국을 동경하는 북 주민들은 ‘4대 세습’에 절망할 것이다. 김정은에게 건강 이상이 생기면 ‘김여정 세력 대(對) 김주애 세력’ 등 김씨들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모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