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국방장관 후보자와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안보실장과 국방장관을 교체했다. 신원식 국방장관을 안보실장에 기용하고,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장관에 내정했다. 임기가 반도 지나지 않은 정부에서 네 번째 안보실장, 세 번째 국방장관이다. 한·미·일 안보 협력을 비롯해 외교안보 정책 전반을 총괄·조율하는 안보실장을 평균 9개월마다 바꾼 것은 지나치게 잦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미·일의 카운터파트인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아키바 다케오 국가안보국장은 4년 넘게 재임 중이다.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절 안보실장들의 평균 임기(2년 6개월)와 비교해도 너무 짧다.

올해 한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외교 이벤트는 미국 대선일 것이다. 한미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대선 이후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안보팀의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기다. 윤 대통령이 작년 말 미국통인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을 안보실장으로 발탁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였을 것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포기로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정교한 대미 외교가 더욱 긴요해진 상황이다. 그런데 미 대선을 불과 석 달 앞두고 안보실장을 느닷없이 외교관(장호진)에서 군인(신원식)으로 교체했다. 많은 사람이 고개를 갸웃하지만 대통령실은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의 고교 1년 선배인 김용현 국방장관 후보자는 수방사령관과 합참 작전본부장을 지낸 육군 중장 출신이다. 국방장관을 맡기에 충분한 경력이지만 각종 논란으로 야권의 집중 공격을 받아왔다. 야권에선 그가 해병대원 순직 사건 외압 의혹과 관련,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과 여러 차례 통화하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김 처장 시절 경호처는 대통령 참석 행사에서 야당 의원의 입을 막아 ‘과잉 경호’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작년 말에도 발탁한 지 한 달도 안 된 이관섭 정책실장을 돌연 비서실장으로 이동시킨 적이 있다. 이 실장을 신설한 정책실장으로 기용하며 “정책 조율의 최적임자”라고 설명했던 게 무색해졌다. 그러고는 총선에서 패하자 이 실장을 다시 넉 달 만에 정진석 전 의원으로 교체했다. 대통령실 인사는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 국정을 이끌고 가겠다는 대국민 메시지다. 그래서 시기와 내용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상식적이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건 정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