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

더불어민주당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통합을 저해하는 당 내부 암 덩어리인 ‘명팔이(이재명 팔이)’를 잘라내야 한다”며 “이들은 이재명을 위한다며 내부를 갈라치고 당을 분열시켜 왔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전대 초반에 최고위원 후보 중 1위를 했지만, 이재명 전 대표가 김민석 후보를 지지하면서 2위로 밀렸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서 “(정 후보가) 이 전 대표의 최고위원 경선 개입에 상당히 열받아 있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당원들과 개딸은 ‘명팔이’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정 후보와 경쟁하는 최고위원 후보들과 ‘개딸’들은 정 후보의 ‘명팔이’ 발언 이후 그에 대한 집단적 비판에 나섰다. 개딸들은 “정봉주가 친명 체제에 선전포고했다”며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김병주 후보는 “누가 뒤에서 이재명을 팔아넘겼는가. 앞과 뒤가 다른자가 진짜 이재명을 파는 자”라고 했다. 4성 장군 출신인 그는 “제가 이 전 대표를 겨누는 화살을 기필코 모두 부러뜨리겠다”고 했다. 다른 후보들도 “나는 동지들 뒤에서 칼을 꽂지 않는다” “앞으로 이재명을 더 팔겠다”며 경쟁적으로 정 후보 비판에 나섰다.

정 후보는 김어준·김용민씨와 함께 ‘나꼼수’ 원년 멤버로 야권에서 두꺼운 팬덤을 확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선 초반 최고위원 후보 중 최다 득표를 하며 지도부 입성이 확실했지만 이 전 대표가 사실상 김민석 후보를 지지하면서 애를 먹고 있다. 자유분방한 언변을 무기 삼아 야권 내에서 독보적인 발언권을 행사해 온 ‘나꼼수’마저 ‘이재명 유일 체제’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하면 된서리를 맞는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나꼼수 멤버였던 김어준 역시 “정봉주는 한 가지 설화로 지지율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가 개딸들에게 비판을 받았다. 다른 나꼼수 멤버인 김용민씨는 “정봉주는 발언을 취소하라”며 나꼼수 내부도 분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전 대표는 현재 90%에 육박하는 지지를 얻으며 당대표 연임을 사실상 확정했고, 최고위원 역시 이 전 대표가 공개 지지한 후보들 중심으로 구성될 것이 확실하다. 당 강령에는 개딸들을 위한 ‘더 강한 민주주의’ 문구가 포함됐다. 그러나 ‘이재명 유일 체제’의 민주당에선 민주주의가 숨 쉴 공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