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지난 6월 말 기준 금융권 가계 대출 잔액이 1780조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이 1년 사이 60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올해 들어 서울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데다 미국발 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빚을 내 집을 사는 사람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가계 부채는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때 집값 폭등으로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내서 투자) 현상이 빚어지면서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됐다. 문 정부 5년간 가계 부채가 400조원 이상 불어났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100%를 넘어 세계 1위가 됐다.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된 2022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연 3.5%까지 끌어올리면서 가계 부채 축소의 계기가 마련되는 듯했다. 실제로 2021~2022년 2년 연속 100조원 이상 불어났던 금융권 가계 대출이 2023년엔 9조원 감소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은의 금융 긴축 기조와 거꾸로 정부가 부동산 경착륙을 막는다면서 특례보금자리론 같은 저금리 주택 정책금융을 연 40조~50조원씩 공급하면서 주택 대출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정부는 금리 인상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며 은행 팔을 비틀어 대출 금리 추가 인상을 막았고, 한은도 경기 침체 우려를 이유로 한미 간 금리 역전을 감수하며 금리 인상 행진을 멈췄다. 그 결과 부동산 시장에 돈이 계속 쏟아져 들어갔다. 서울 집값은 재차 급등하고, 주택 대출이 다시 폭증하는 오늘의 상황을 초래하기에 이르렀다. 집값 폭등세에 당황한 정부는 9월부터 수도권 지역 주택담보대출은 더 높은 금리를 부과하고, 대출액은 줄이는 대출 규제에 나서기로 하는 등 냉온탕 정책을 반복하고 있다.

가계 부채를 줄이려면 금리를 올리고, 대출 조건을 까다롭게 만들어 빚을 내기 더 어려운 환경을 지속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오락가락 금융정책으로 집값은 못 잡고, 가계 부채 문제만 더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지금의 내수 침체는 가계가 과도한 빚에 쪼들려 소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를 다시 선순환 궤도 올려놓기 위해서라도 가계 부채 축소가 절실하다. 정부는 한은과의 긴밀한 정책 공조로 고강도 가계 부채 축소 대책을 마련해 일관성 있게 추진해 가야 한다. 고통스럽고 인기 없는 정책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다. 문제는 정부의 일관된 의지와 대국민 설득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