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맥도널드가 2014년 5월 2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월드 익스트림 게임에 나서 경기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스케이트보드는 3년 전 도쿄에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됐다. 젊은 세대 관심을 붙들기 위한 파격이었다. 예상대로 10대 청소년들이 주인공이 됐다. 금메달 4개 중 3개를 쓸어갔고, 13세 소녀가 동메달을 땄다.

그런데 2주 뒤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에는 ‘고령’ 스케이트보더가 등장을 앞두고 있다. 51세 앤디 맥도널드가 영국 대표로 출전권을 땄다. 영국 스케이트보드 대표는 그를 포함해 3명인데, 나머지 2명과 35살 차이가 난다. 영국 대표팀은 이 소식을 소셜 미디어에 전하며 덧붙였다. “나이는 그냥 숫자다!”

동료 선수들 옆에 서면 학부모나 감독처럼 보일 수밖에 없는 그는 실제로 세 자녀를 둔 아빠다. 사실 1994년 프로 데뷔해 젊은 시절 숱하게 입상한 유명 선수다. 그가 선수 생활을 접어가던 무렵, 스케이트보드가 올림픽 종목이 되면서 도전이 시작됐다.

그에게 올림픽은 평생 사랑해온 일을 계속 해나갈 기회였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맥도널드는 도쿄 올림픽에 남자 스케이트보드 선수를 내보내지 못한 영국 대표팀 문을 2년 전 두드렸다. 영국은 그의 아버지 고향이었다. 영국 대표팀 소속으로 출전은 가능했으나, 그의 주 종목이 올림픽에 채택된 스케이트보드 세부 종목과 다르다는 게 문제였다. 그는 명성과 경력을 내려놓고,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자기 기술을 증명하는 영상을 찍어 제출했다.

대표팀에 선발된 후에도 원래 주 종목과는 다른 경기장과 형식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한편으로는 도전 의식이 샘솟았다.” 올림픽 출전권을 따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30년 이상 차이 나는 청소년들과 날마다 함께 훈련했다. 한번 넘어지면 그는 한참을 끙끙 앓아야 했던 반면, 10대 동료들은 벌떡 일어나 “다시 해보자!” 외쳤다. 그래도 “나이가 들어서 스케이트보드를 그만두는 게 아니라, 스케이트보드를 그만두면 나이 드는 것”이라며 멈추지 않았다.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지난달 마지막 대회에서 그는 반드시 준결승에 올라야 올림픽 출전 자격을 확보할 수 있었다. 두 차례 넘어진 뒤 마지막 기회에 ‘올인’했다. 코치 만류를 뿌리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기술들을 시도했다. 실수가 있었지만 노련하게 마무리했고, 결국 준결승에 진출하고선 스스로도 “비현실적”이라며 놀랐다. “나는 51살이고, 스케이트보드 선수로 올림픽에 간다. 누가 생각이나 했겠나!”

40년 전 처음 스케이트보드를 탔을 때 “마법의 양탄자 같았다”고 한다. 그 뒤로 오늘까지 푹 빠져 사는 동안 발목과 무릎 수술을 여러 번 했고, 무릎 연골과 손목 힘줄도 온전치 않다. 사탕을 좋아하고 헬스장은 지루해서 못 간다는 그는 “다들 내게 ‘올림픽에 가서 바퀴가 빠질 때까지 타라’고 한다”며 즐거워했다. “내가 내 일을 사랑하는 만큼 모든 사람이 자기 일을 사랑한다면, 세상은 훨씬 더 좋은 곳이 될 것”이라고 했다.

스포츠 선수들을 인터뷰하면서 가장 설레는 순간은 그들이 운명처럼 자기 종목에 빠져들게 된 계기를 말해줄 때다. “홀컵에 땡그랑 골프공 떨어지는 소리” “7번 아이언으로 처음 쳐본 샷이 그려낸 포물선” “빙판 위에서 바람을 가르는 시원하고 자유로운 느낌” 같은 장면을 설명할 때 선수들 얼굴엔 가장 순수한 기쁨이 번진다. “수없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또 해보고 싶었다”거나 “처음 대회에 나가 꼴찌를 했는데도 재미있었다”는 고백은 지금껏 그들을 밀어 올린 힘을 설명한다. 지독하고 치열하게 자기 일을 사랑해서 오랜 시간 좌절도 고통도 다 버텨낸 이들을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는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