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수도 없이 써 온 자기소개서에 취미와 특기를 적는 칸은 있는데, 왜 취향을 적는 칸은 없는 걸까? 자신을 소개하는 데 별 도움이 안 돼서? 취미나 특기에 비해 특정하기가 모호해서? 어쩌면 취미나 특기보다 가지기 어려운 게 취향이 아닐까. 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취향이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이다. 나는 그것을 ‘내가 좋음을 느끼는 쪽’이라고 이해했다.

어떤 색깔 좋아하세요? 어떤 음식·음악 좋아하세요? 모두 취향에 관한 질문이다. 그런데 이런 질문에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적다는 사실에 종종 당혹스럽다. 관심 있는 상대에게 반드시 이런 질문을 하는데, “저는 다 좋아요” 혹은 “아무거나요” 같은 대답이 돌아오기 일쑤다. 그럴 때면 맥이 빠진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문 것이다.

내 친구 A는 취향이 뚜렷하다. 더 파랄 수 없을 정도로 새파란 색을 좋아하고, 카페에 가면 무조건 아이스 카페라테를 주문한다. 펑퍼짐한 옷을 고집하고, 힙합을 즐겨 듣는다. 멜로 영화를 싫어하면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는 좋아한다. A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잘 안다는 이유만으로도 “매력적”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더불어 A의 취향과 A라는 사람 자체를 흠모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그가 남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유행에 휩쓸리기 쉬운 시대에 반대로 그 어느 때보다 개인의 고유성이 중요한 가치가 된다. 고유성은 취향에 기반하며, 취향이 고유성을 결정한다. 취향은 결국 자신을 발견하는 일. 내면을 들여다보고 돌보는 일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남에게 자신을 소개하기에 앞서 자신에게 자신을 소개해 보는 걸 제안한다. 나만 읽을 수 있는 나만의 자기소개서를 적어 보는 것이다. 그것을 ‘나 사용법’ ‘나 설명서’라 이름 붙여도 좋을 것 같다. 이미 우리는 고유한 존재니까, 나만의 취향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