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입’이라는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8일 자신의 트위터에 “바이두 지도를 보면 타이베이에 산둥 만두 식당이 38곳, 산시(山西) 국수 가게가 67곳 있다”며 “입맛을 속이지 못한다. 대만은 줄곧 중국의 일부였다. 오랫동안 길 잃은 아이는 결국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응해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이 트윗을 날린 것이다.

그러자 지도에서 음식점 찾기 열풍이 불었고, 네티즌들의 조롱과 비판 글이 이어졌다. 대만의 한 입법위원은 “전 세계에 중국 요리와 중국식 만두 식당이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전 세계가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할 것인가!”라고 맞받아쳤다. “중국에 KFC가 8500곳 있다. 고로 중국은 켄터키주의 일부였다”는 패러디도 있다. 오랜만에 한참 웃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음식점 현황을 찾아보게 됐다. 2019년 기준으로 중식 음식점이 2만5000곳이 넘었다. 그런데 일식 음식점은 1만4000곳이고 각종 서양식 음식점이 1만3000곳이 넘는다. 그럼 우린 도대체 어느 나라인가? 커피 전문점만 7만곳이 넘으니 커피 종주국? 결국 그 트윗은 음식마저 내 것과 네 것으로 구분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패권주의적 발상이다. 과연 중국이 ‘대국’인지 ‘소국’인지 헷갈릴 뿐이다. 김치 원조 논쟁도 이런 배경에서 발생했으리라.

작년에 케임브리지대학 출판사에서 ‘소주: 글로벌 히스토리’가 영문으로 출간됐다. 저자인 뉴욕시립대의 박현희 교수는 한국의 ‘국민 증류주’인 소주의 기원을 찾은 결과 단일 기원설은 의미가 없다고 결론 내린다. 오히려 중세 이슬람 세계에서 나타난 ‘아라크(araq·아랍어로 ‘땀’을 의미)’라는 증류주 생산 기술과 이를 유라시아 지역 및 한반도로 전파한 몽골제국, 그리고 다시 이를 현지화한 한국의 역할이 만들어낸 문화 교류의 ‘전파’와 ‘현지화’를 주목하라고 주문한다. 아직 소주 맛을 모른다는 저자와 함께 조촐한 소주 파티를 마련하고자 한다. 그 자리에서 나올 농담이 하나 더 늘었다. “한국에 소주 집이 그렇게 많으니 우릴 아랍과 몽골의 후예라고 부르면 어쩌지?”

조영헌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