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세계적인 비즈니스 코치 마셜 골드스미스의 온라인 강연을 들었다.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 피터 드러커 등 쟁쟁한 리더들의 코치가 어떤 이야기를 할까 기대가 되었다. 니콜 키드먼 옆집에 산다는 그는 뜻밖에 소탈하고 겸손했다. 코칭 기술에 대해 배울 수 있을 거라는 내 기대와는 달리 그는 좋은 리더가 되려면 가까운 가족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물었다. “95세가 되어서 당신이 인생의 모든 지혜를 안 현자가 되었다고 상상해보자. 다시 인생의 어느 한 장면으로 돌아가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면 언제로 가겠는가?”

나는 우리 첫째가 어린아이였던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들은 어린 시절 매우 명민하면서도 예민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고 수시로 괴성을 질렀다. 그때로 돌아가 우리 아들에게 짜증 내기 전에 먼저 “불편한 게 있니?”라고 물어보겠다. 기다려주고 다정하게 대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강의가 끝나고 남편에게 고해성사했다. 남편도 자기가 미안했던 이야기를 한다. 아들이 7살 때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오르는데 힘들어하면서 못 하겠다고 했다. 남편은 이렇게 쉬운 걸 못 하느냐며 막 화를 냈다고 한다. 결국, 자전거는 못 타고 아이는 울면서 집에 왔다. 우리 아들은 아직도 자전거를 안 탄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큰데, 부모가 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아이가 내 맘대로 되지 않아 짜증을 내고 화내면서 키웠다. 이제 아이는 나보다 몸이 크다. 마음도 기분도 들쭉날쭉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을 한다. 낮에는 엄마에게 반말하다가 저녁에 무섭다고 같이 자자고 한다. 하루에 샤워는 여러 번 하면서 양치질은 하기 싫어서 거짓말하는 사춘기 아들이다. 잘 해줘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만나면 화내고 돌아서면 후회한다. 오늘은 진심으로 사과했다. 엄마가 너무 몰랐노라고. 지금이라도 용서해줄 수 있겠냐고. 아들은 전혀 기억이 안 난단다. 갑자기 울며 미안하다고 하는 엄마를 ‘뭐래?’라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것도 고맙다. 어린이들은 자주 잊어버린다. 그래서 이런 못난이 부모를 또 사랑해 준다. 오늘 밤에 무섭다고 하면 “다 큰 놈이 왜 그래?”가 아니라 “무서웠구나”라고 마음을 알아줘야겠다. 꼭 안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