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서서 먹는 음식점이 많다. 철도역 구내에는 서서 먹는 소바집이 있고, 스시, 우동, 돈부리(덮밥), 카레도 서서 먹곤 한다. 서서 먹는 걸 일본에선 ‘다치구이(立ち食い)’라고 부르고, 서민들은 다치구이 맛집을 자주 이용한다. 다치구이는 회전율이 높아서 간단히 먹고 가고 싶은 사람에게 알맞다.

한국에도 서서 먹는 음식점이 있을까. 내가 유학생 시절 신촌에 살 때, 서서 먹는 갈빗집에서 고기를 먹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외엔 한국에서 서서 먹는 음식점을 본 적이 없었다.

한국 친구들은 한국인은 서서 먹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고 했다. ‘빨리빨리’ 문화가 있는 한국에서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떡볶이나 오뎅을 포장마차에서 서서 먹잖아?” 이렇게 물었더니 친구는 “그건 간식이라서 그래. 식사는 보통 서서 먹지 않아”라고 했다.

의자 없이 식사하는 게 불편해서인 줄 알았는데,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한국 친구는 서서 먹으면 시간에 쫓겨 급하게 먹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식사(특히 외식)는 대접받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또 서서 먹을 때 뒤에 줄 서는 사람이 있으면 눈치를 봐야 해서 부담된다는 말도 들었다.

반면 일본인은 서서 먹을 때 “빨리 먹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혼밥 문화가 익숙해서 그런지, 서서 먹을 때도 나만의 페이스로 나만의 식사를 즐기기 때문에 눈치를 보지 않는다. 물론 다 먹고 나서도 자리에 앉아 쉬고 있으면 곤란하지만, 패스트푸드점 느낌으로 들러서 간단히 먹고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편하게 생각한다.

일본에는 추천할 만한 ‘다치구이’ 맛집이 많다. 도쿄 현지인이 고른 우동 맛집 톱10에도 서서 먹는 곳이 몇 군데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에비스역 부근의 카레 맛집도 서서 먹는 집이다. 최근 일본에선 고급 스시집에서 캐주얼 라인으로 서서 먹는 스시집을 내는 게 트렌드다. 일본에 오면 일본인처럼 눈치 보지 않고 서서 먹는 음식점을 즐겨보면 어떨까? 이것저것 보느라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관광객에게 서서 먹는 음식점은 딱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