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진짜’에 대체 불가능한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 그림이나 보석, 유명 브랜드 옷이나 가방이 진짜인지 확인하고 비싼 가격을 감수한다. 그런데 최근 진짜를 대체할 가짜를 만드는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의미가 뒤집히는 상황이 자주 일어난다.

얼마 전 화제가 된 ‘대체 커피’에는 원두도 카페인도 없다. 버섯·보리·허브 등 원두 아닌 다른 작물을 사용해서 카페인이 없으며, 기후 위기와 원두값 상승에도 대처할 수 있다고 한다. 커피는 원두의 품질과 로스팅 기술이 중요하지만 ‘대체 커피’에 기존의 가치는 중요치 않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lab grown diamond·인공 다이아몬드)는 외형은 물론 성질까지 진짜 다이아몬드와 다르지 않다. 전문가도 구분이 어려울 정도다. 시세에 따른 거래도 가능하다.

중요한 가치란 무엇인가 되묻는다. 다이아몬드의 불변의 아름다움 뒤에는 토양 오염과 과도한 오수 배출, 노동 착취가 있다. 만약에 가짜가 이를 해결할 수 있다면, 과연 가짜가 진짜보다 가치 없다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2021년 영국의 유명 예술가 데이미언 허스트는 드로잉 작품 1만 점을 NFT(대체 불가능 토큰)로 디지털화하여 판매하는 ‘경향’ 프로젝트를 열었다. 구매자들에게 1년 뒤 원본과 NFT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고 나머지 한쪽은 파기하는 조건이었다. 놀랍게도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NFT를 선택했다. 허스트는 수천 점의 원본을 불태우는 장면을 유튜브로 생중계하며 “이제 예술의 가치가 디지털과 물리적 원본 중 어디에 있는지 규정하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종이에 그린 드로잉과 디지털 작품 중 무엇이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디지털을 선택한 비율이 이 시대의 ‘경향’인지도 모른다. 시대의 외형은 빠르게 변하고 중요한 가치가 담기는 그릇도 계속 달라진다. 원래 알던 형태나 개념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매 순간 논쟁하고 가치 판단을 해야 한다. 예술도 인생도 변화하는 흐름을 주시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