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0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야권 정치인 중 하나로 여겼지만, 정작 조 전 장관은 줄곧 자기 정체성을 법학자로 규정해 왔다. “민정수석이기 이전에 법을 공부하고 가르쳐온 법학자”라는 식이다.

대학에서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강의했던 ‘법학자 조국’은 조국 사태가 불거진 뒤 맹활약했다.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검찰에서 성실히 조사받겠다는 말을 뒤집어 진술 거부권을 한껏 활용했다. 아내 정경심씨와 함께 선 재판에서는 “형사소송법 제148조에 따르겠다(친족에 대한 증언 거부권)”는 답만 수백 번 되풀이했다. 그러면서도 조 전 장관은 재판이 진행되던 2021년 5월 출간한 책에서 “법학자로서 전직 법무부 장관으로서 기소된 혐의에 대해 최종 판결이 나면 나는 승복할 것이다”라고 썼다.

그랬던 그가 이틀 전, 총선에 출마하느냐는 김어준씨 질문에 “법률적 해명이 안 받아들여진다면 비법률적 방식으로 명예를 회복하는 길을 찾아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출마하고 싶다는 얘기다.

지난 2월 1심에서 주요 혐의 13건 중 8건이 유죄가 나와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을 때, 조 전 장관은 법학자로서 이 재판이 대법원까지 가도 무죄로 뒤집어지기는 어렵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찾은 출구가 출마인 셈이다. 명예 회복을 말하지만, 일단 당선되면 현역 의원으로 사법부를 압박하고 재판 지연을 누릴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을 것이다. 국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끊임없이 검찰을 비난하면 유죄 판결문도 흐릿해질 수 있다고 믿고 있을지 모른다.

조 전 장관은 “법체계에서 소명과 해명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사람은 비법률적 방식으로 소명하고 해명해야 될 본능이 있고 그건 시민의 권리”라고도 했다. 시민의 권리로 포장하지만 조 전 장관의 출마는 법 틈새를 파고들어 사법 체계를 무력화하고 무시하는 행위다. 이쯤 되면 2년 전 공언한 ‘법학자로서 판결 승복’은 대체 무얼 말한 건지 궁금하다. 법학자보다는 법기술자나 법꾸라지가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