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미나리로 만든 짜파구리 준비 중.”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74)이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이번 시상식에서 미국 독립 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로이터 연합뉴스

엊그제(26일) 배우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낭보를 전하는 온라인 기사를 썼는데 아래에서 이런 댓글을 발견했다. 지난해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 제작팀과 봉준호 감독을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청와대 오찬에 부른 일을 떠올리고, 올해 수상자인 윤여정과도 같은 행사를 기획하는 건 아닌지 비꼰 것이다.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은 첫 한국인 배우의 탄생을 축하하는 댓글 못지않게 “제발 청와대가 불러도 정중히 거절해주세요” “윤여정 좀 청와대로 부르지 마라” 같은 반응이 여럿 있었다.

지난해 청와대 ‘짜파구리 오찬’에서 김정숙 여사는 영화에 등장한 소고기 레시피 대신 돼지고기와 대파를 넣어 손수 만든 ‘짜파게티 라면’을 대접했다. 김 여사는 “코로나로 경제가 위축돼 상인들을 위해 서울 중랑구 시장에서 재료를 사서 만들었다”고 했지만, 공교롭게도 그날은 국내 첫 코로나 사망자가 나온 날이었다. 코로나 비상 시국에도 환하게 웃으며 공개 점심을 즐기는 대통령 내외의 모습은 국민의 빈축을 샀다.

차범근, 박찬호, 김연아, 송강호. 과거에도 우리 문화·체육인들이 해외에서 성과를 올릴 때마다 청와대로 불려 가 점심을 먹었다. 대통령은 국위를 선양한 이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덕담을 건넨다. 국민은 이들의 성취를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세계 속 한국의 달라진 위상을 자랑스러워하며 박수를 보냈다. 이제 사정은 달라진 듯하다. 사람들은 윤여정에게 “자랑스럽다” 하지 않고 “축하한다”고 말한다. 타인의 성공이 마치 자신과 국가의 성공인 양 감격하는 이에게 ‘국뽕’ 딱지를 붙여 조롱하기도 한다. 촌스럽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요구는 “윤여정의 아카데미 수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말로 요약된다. ‘임대주택 쇼’ ‘탄소 중립 쇼’ ‘K방역 쇼’ 등 각종 정치 쇼에 질린 국민은 청와대 오찬을 순수한 의도로 해석하기보다, 남의 인기에 편승해 이익을 취하려는 무임승차나 숟가락 얹기쯤으로 바라보고 있다. 윤여정은 수상 후 인터뷰에서 “배우는 배역을 받으면 그것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만 고민한다”고 말했다. 다른 것에 기대지 않고 본업에 충실하자는 교훈이었다. 재미 교포 정이삭 감독에 대해선 “한국 종자가 서구 교육을 받아서 굉장히 세련된 한국인이 나왔구나, 너무나 희망적이었다”고 평했다.

이미 진심을 담은 축전은 보냈으니, 탁현민 비서관을 비롯해 청와대 관련 참모는 배우의 뜻을 헤아려 미나리 삼겹살이나 복어탕 대접을 기획하지 말자고 대통령께 건의하는 게 좋겠다. 미나리를 정 드시고 싶으면 이번에도 시장에서 사시길 권한다. 동네 청과물 가게에 물어보니 한 단에 3000원. 영화의 화제와는 별개로 미나리 가격은 오르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