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洑) 해체’ 결정은 과정부터 결론까지 속속 문제가 드러나고 있지만 핵심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방법은 없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보 해체 결정이 무효가 되더라도 이 결정을 주도한 민간위원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공범’으로 몰린 환경부 공무원들만 피해를 볼 뿐이다.

감사원은 작년 12월 이 건에 대한 감사를 개시했다. ‘사전 조사’란 절차에 따라 실제로 본격 감사는 4월부터 이뤄졌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 소속 직원들은 이때부터 고강도 감사를 받았다. 관련 서류부터 컴퓨터 하드디스크까지 압수됐다. 한 공무원은 감사원에 “보 해체는 민간위원이 주도해 결정한 것이다. 민간위원들을 감사해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가 “감사원의 감사 대상은 민간인이 아니라 공무원”이라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2018년 8월 대통령 훈령으로 “보 개방에 따른 효과·영향에 대한 조사·평가 및 보 처리 계획을 수립한다”는 목적에서 당시 4대강 조사·평가단을 꾸렸다. 평가단 조직은 4대강 16개 보를 관할하던 국토부가 아니라 환경부에 마련됐다. 환경부 실장급(1급) 공무원이 단장을 맡고, 본부 공무원을 비롯해 각 지방 유역청·환경청에서 파견을 받았다. 그런데 사실상 의사결정권은 ‘민관 합동’ 체제였던 평가단 내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가졌다. 기획위는 총원(15명) 중 공무원 7명, 민간위원 8명으로 민간이 더 많도록 구성했다. 민간위원 8명 중 7명은 반(反)4대강 활동 및 저술 활동을 해온 이다. 나머지 1명도 민간위원장 추천으로 합류한 교수였다. 애초부터 균형 잡힌 평가를 하기 어려운 구성이었다.

기획위 안에는 ‘전문위원회’라는 하부 조직을 두었다. 민간위원 8명은 물환경·수리수문·유역협력·사회경제 등 4개 분과에 2명씩 분과위원장·간사 직위로 참여해 보 해체 결정의 근거가 된 ‘경제성 분석’ 보고서 작성을 주도했다. 문 정부는 이 보고서를 근거로 작년 1월 보 해체 결정을 내렸다. 외견상 환경부 주도로 보 해체 결정이 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의사 결정은 민간위원들 손에서 이뤄진 것이다.

환경부 측이 감사원에 소명한 내용 중 핵심도 “공무원 조직인 평가단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감독·통제하는 민간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그들 입맛대로 의사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었다. 한 공무원은 “보 해체는 주민 반대가 심해 어차피 진행이 불가능했다. 기획위가 ‘다만 해체 결정은 주민 동의를 전제로 한다’는 문구를 왜 삽입했겠느냐”고 했다. 당시 민간위원 중 몇몇은 문 정부 시절 공기업 임원으로 임명돼 지금도 연간 수천만 원의 보수를 받고 있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무책임한 결정을 하고선 세금 쓰는 자리를 차지해 여전히 사익을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