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이전에 민주당이 스스로 국회 윤리특위에 징계안을 올린 의원이 한 명 있었다. 1년 전 자신의 보좌관을 성추행한 의혹으로 제명된 박완주 의원이다.

박완주 무소속 의원. 2022.2.10/뉴스1

박완주 사건의 ‘현재’를 확인해보면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박 의원은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여느 다른 의원처럼 국회와 지역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고, 피해자인 보좌관 A는 여전히 박 의원실 보좌진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서다. A는 출근하지도, 그렇다고 그만두지도 못하고 있다.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1년 넘게 계속되고 있을까.

민주당이 작년 5월 국회 윤리특위에 제출한 징계안에 따르면, 박 의원은 작년 4월 A가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며 당에 신고한 직후 A의 면직을 지시했다. A의 사직서에 다른 직원이 대신 서명하게 했다. A가 절차를 문제 삼자 박 의원은 방식을 바꿔 A를 직권면직하려 했다. 여기서 국회 사무처가 제지에 나섰다. 국회 사무처는 박 의원의 직권면직 시도가 ‘성폭력 피해자가 해고 등 불이익 조치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성폭력피해자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는 A의 신분이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다.

민주당이 박 의원을 윤리특위에 제소했고, A는 박 의원을 고소했다. 윤리특위에서 징계 여부가 결정되거나, 형사 사건 결론이 나와야 A의 면직 문제도 결론이 나는 수순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지나도록 윤리특위는 단 한 번도 박 의원 징계안을 논의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박 의원이 국회의 명예와 권위를 심대하게 실추시켰다며 엄중 징계를 요구했지만, 말뿐이었다. 국회가 나 몰라라 하는 사이 경찰은 성추행 사건 처리에 7개월을 보냈다. 작년 말 검찰에 송치했는데, 검찰도 또 5개월째 처분을 미루고 있다. 국회도 가만 있는데 경찰이나 검찰이 현역 의원 사건을 적극 처리하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의 기억이 흐릿해지자 국회 안에서 박 의원과 가까운 사람들은 “그 사건 진실은 아무도 몰라”라며 스멀스멀 동정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A를 향해선 앞뒤 생략하고 “박완주가 안 잘라서 아직 월급 받고 있잖아” 이런 말을 한다. 반대로 A와 가까운 사람들은 “국회가 2차 가해를 조장한다” “A 심정은 오죽하겠냐, 다 무관심한데 남은 건 악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다.

내년 총선 전에 박 의원에 대한 윤리특위 결정이 나오거나, 형사 사건이 종결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결국 박 의원의 임기가 끝나야 A도 국회를 떠나게 될 거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내년 4월까지 계속될 것 같다. 그걸 지켜보는 국민은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국회가 ‘윤리’를 대하는 방식이 대개 이렇다. 생색만 낸다. 윤리특위에 논의 한 번 안 하고 쌓인 징계안이 39건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김남국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내면서 “읍참마속” “결단”이라 말하는 게 황당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