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홍천의 한 농막. /조선DB

농림축산식품부가 농막(農幕) 내 야간 취침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규제를 전면 보류하기로 지난 14일 결정했다. 해당 내용을 담은 농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지난달 12일 입법 예고된 지 한 달여 만이다. 지난 8일 농막 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한 본지 보도가 나간 후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탁상 행정’이라는 반발 여론이 폭주하자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이 직접 나서 보완을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규제의 발단은 감사원 문제 제기였다. 농막을 불법 증축해 호화 별장처럼 이용하거나 분양 상품으로 활용하는 편법이 성행하고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문이었다. 취지는 좋았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기대 이하였다. 편법을 동원해 이익을 챙기는 사람에 대한 감독 방안이 담겨야 할 자리에 농막에서의 야간 취침을 금지하거나 휴식 공간 면적을 제한하는 등 모든 농막을 겨냥한 규제들이 담겼다. 50~60대 도시 사람들이 왜 주말 농막살이를 꿈꾸며 하나씩 갖고 싶어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었다. 대한민국 공직 사회에 만연한 행정편의주의, 정책 감수성 결여를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별장을 마련할 여력이 없는 50~60대 장년층에게 농막은 은퇴 후 전원살이를 준비하는 훈련소이자, 팍팍한 도시 생활에 지친 심신을 회복할 수 있는 오아시스다. 농막을 ‘6평짜리 로망’이라 부르는 이유다. 이런 사람들에게 ‘농막에서의 주거는 불법’이라는 이유로 야간 취침을 금지해버렸다. 사실상 ‘농촌을 떠나라’는 말과 같다. 농막을 편법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아야 할 정부가 농막을 원하는 사람들의 정상적인 욕구까지 부정한 셈이다.

농막 규제는 농촌 현실과도 맞지 않는다. 요즘 시골 마을에 가보면 60대는 청년 취급을 받을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하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농막에서 늦은 시각 고성방가를 하거나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태워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 시골 어르신들은 도시 사람들의 방문을 반긴다. 도시 사람들이 유입되면서 농촌 토지 거래가 이뤄지고 지역 상권이 살아나는 효과도 있다. 지자체들이 보조금을 줘가며 귀촌을 장려하는 것만 봐도 농촌이 귀촌민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알 수 있다. 농막 규제 때문에 귀촌민들의 발길이 끊긴다면 농촌은 더 빠른 속도로 쇠락할 것이다.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다.

정책은 국민을 괴롭히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 딱 거기까지가 정책의 역할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정책이라도 선량한 피해자를 양산한다면 결코 국민에게 환영받을 수 없으며, 목표했던 성과를 달성할 수도 없다. 그런 면에서 농막 규제가 해프닝으로 끝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번 일이 다른 정부 부처에도 타산지석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