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2자녀는 0.2점, 3자녀는 0.3점, 4자녀 이상은 0.5점.’

앞으로 경남 고성군에서 애를 키우는 7급 이하 공무원은 자녀 수에 따라 근무 성적 평정에 가점(加點)을 받는다. 0.1점 차이로 승진이 되기도 하고 ‘물’을 먹기도 하는 공무원 사회에서 이 정도면 가히 파격적인 정책이다. 승진 점수뿐만이 아니다. 고성군은 6급 담당 보직의 40% 이상을 다자녀 양육 공무원에게 부여하고, ‘모범 공무원’ 표창 대상자를 선발할 때도 50% 이상을 이들에게 할당하기로 했다. 정부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도 인사 평가 지침을 개정해 다자녀를 성과 평가 항목에 새로 넣는 정책을 이미 도입했다.

국가가 나서서 ‘애 낳아 키우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 시국에 얼마나 급하면 이런 아이디어까지 냈나 싶었다. 이 정책에서 미혼이나 딩크족(자녀가 없는 부부)은 고려되지 않는다. 애를 낳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난임·불임, 동성 연애를 하는 직원들은 어떤가. 중앙 부처에서 일하는 한 공무원 지인은 “애가 생기지 않는 것도 속상한데 직장에서까지 출산을 안 했다는 이유로 승진에서 차별을 받게 된다고 생각하니 아득하다”며 “출산과 양육이 직장 생활에서 KPI(핵심 성과 지표)가 된 세상이 온 거냐”고 했다.

출산 장려 정책이 육아와 무관한 영역에서 혜택을 주는 방식이 되면 역차별이 발생한다. 애를 낳지 않아서, 혹은 애를 낳지 못해서 상대적 불이익이 발생하면 그때부턴 이른바 ‘갈라치기’가 벌어진다. 앞서 우리는 채용에서의 특정 성별 할당제, 입시에서의 특정 지역 출신 우대제 등에서 비슷한 문제를 봤다. 또 다른 갈등이 빚어지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합계 출산율이 수년째 세계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은 국민에 대한 혜택은 주어져야 마땅하다. 지난달 OECD 발표에서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0.7명으로 또다시 바닥을 쳤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와 기업이 뒤늦게 나서고 있다. 애를 낳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1억원을 준다는 기업이 나오자, 인천시는 하루 단돈 1000원이면 집을 빌려준다는 ‘1000원 주택’을 내놨다. 출산과 육아에 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되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출산 장려 정책이 부모가 되지 않길 선택한 사람들을 소외하는 방식이 되면 곤란하다. 올해 초 각종 출산 장려 제도 정책을 만들고 퇴임한 유희동 전 기상청장은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한 기혼 직원이나 출산 생각이 없는 미혼·딩크 직원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이어 “저출산 극복이라는 문제의식은 모두가 공유하고 있지만, 출산과 상관없는 직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으로는 제도가 오래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각종 정책을 만드는 정부, 기관장, 기업 담당자가 이 발언의 의미를 되새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