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국내 65세 이상 인구가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했다. 내년이면 전체 인구의 20%가 고령 인구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다. 전 세계에서 유례 없는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됐지만, 고령층을 위한 주거 공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전국의 실버타운은 40곳, 9006가구 규모로 국내 고령 인구의 0.13%만 수용할 수 있다. 일찍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 우리의 시니어타운에 해당하는 유료 노인 홈이 1만7327곳, 입주민 정원이 66만6276명인 것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 나왔다. 정부가 2015년부터 금지됐던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을 내년부터 다시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민간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는 규제를 풀어 공급을 확대한다는 취지다. 현재 국내에선 임대 방식의 실버타운만 지을 수 있는데,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사업자들이 개발을 꺼리면서 사실상 공급이 끊겼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공급 확대라는 정책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실버타운 분양을 인프라가 부족해 인구가 빠져나간 전국 인구 감소 지역 89곳에만 허용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고령 인구의 44.9%를 차지하는 449만명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등 대도시에 살고 있는 고령 인구도 192만명에 달한다. 고령 인구 상당수가 도시에 살고 있는데, 실버타운 분양을 인구 감소 지역에만 허용하면 수급 불일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고령자도 자녀·친구 등과 교류가 가능하고, 의료·편의 시설이 잘 갖춰진 도심에 거주하기를 원한다. 나이가 들수록 원래 살던 지역에 계속 살고 싶어 하는 경향도 짙다. 이런 탓에 지금도 전국 실버타운의 70%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그러나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실버타운 난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입주 대기 기간이 길다. 일부 실버타운은 보증금이 수억 원에 달하는데도 입주까지 2~3년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비수도권에 들어선 실버타운은 입주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 문을 닫거나, 개발 자체가 어그러진 경우가 허다하다. 전남 구례군에 들어섰던 55가구 규모의 노인복지주택은 분양에 실패한 뒤 수년간 방치됐다가 리조트로 바뀌었다. LH는 충북 제천에 레저·휴양 시설을 갖춘 고령 친화적 복합 단지를 조성하려 했으나 수요가 부족해 5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정부는 분양형 실버타운이 투기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입지를 제한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부작용은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거나, 불법 전매나 부실 운영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식으로 제도를 보완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간 사업자들이 실버타운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공급을 가로막는 입지 규제는 과감히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