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는 전체 강의 가운데 37.9%가 온라인 수업이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강의실 대면 강의로 대부분 돌아왔는데도 수업의 3분의 1 이상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연세대도 온라인 강의 비율이 15%에 이르고, 고려대도 수업의 6.6%가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온라인 수업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강의 내용이 훌륭하다면야 대면 수업보다 못하다고 지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수업 영상을 업데이트하지 않고 수년간 재탕, 삼탕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올해 1학기 성균관대의 한 온라인 수업에서 교수가 “올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해서 이길 것 같은가요? 아니면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새 대통령이 될 것 같은가요?”라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고 한다. 학생들은 2020년 미국 대선 전에 찍어놓은 영상이라는 걸 눈치채고 허탈해했다. 다른 대학의 한 학생은 “성적이 낮게 나온 수업을 재수강했더니 토씨 하나 바뀌지 않은 똑같은 내용을 다시 듣게 됐다”고 했다. 교수가 코로나 사태 당시 찍어둔 강의를 몇 년째 반복해서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이런 실태를 모아 보도하자 온라인 강의 비율이 높은 편인 한 대학 관계자에게 전화가 왔다. 그는 “온라인 강의라고 꼭 나쁘고 강의 질이 좋지 못하다는 건 오해”라고 했다. 이 대학은 온라인 강의를 많이 하는 이유에 대해 ‘교육 혁신 전략’이라고 설명한 곳이다.

이 외에도 일부 교수와 대학 관계자는 온라인 강의를 옹호하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있다. “학문의 기본 내용은 변하지 않는 만큼 고품질 온라인 강의를 촬영해 많은 학생이 듣게 하는 게 바람직할 수 있다”거나 “강의실 수용 인원보다 수강 신청을 하는 학생이 훨씬 많아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연간 1000만원 가까운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의 반응은 딴판이다. 강의실에서 듣는 수업보다 집중도가 떨어진다거나, 재활용 영상이라는 걸 알았을 때 한숨이 나온다고 했다. 교수가 개인 사업을 하러 다니는 와중에 대학원생이 수업하거나, 대면 강의라도 20년 전 강의 자료의 문구를 그대로 반복한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심지어 강의안에 있는 농담까지 그대로 반복해 읽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대학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교재, 퀴즈 정답, 족보, 과제 제출본, 시험지 사진 등에 가격을 매겨 묶음 판매하는 사례가 있다. 강의 내용이 갱신되지 않는다는 걸 노린 암시장이 생겼다는 얘기다.

학문의 내용이 변하지 않으니 강의 내용도 변할 것이 없다는 일부 교수도 있었다. 적잖은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의 불만을 그들이 알고 있을지 궁금하다.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변화를 쫓아가며 새로운 시각과 해설을 전달해야 교수라는 직업이 계속 사회적 존경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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