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지난해처럼 11월 중순에 독감 유행 주의보가 발령된다. 외래 환자 1000명당 7명 이상이 독감으로 의심된다는 의미다. 진찰만으로는 독감인지 코로나인지 알 수 없으니, 의사는 모든 독감 의심자를 일단 격리하고 코로나 검사를 한다. 그러다 독감이 예년의 유행 정점 수준(70명 이상)으로 치달으면서, 폭주하는 검사와 격리 입원으로 병원은 마비된다. 어린이는 독감 전파 최대 매개자이기에 전국 초등학교에 휴교령이 떨어진다.
▶두 바이러스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상황을 쌍둥이 팬데믹, 트윈데믹(twindemic)이라고 부른다. 독감은 감염 후 1~4일이면 발열 증상이 나오고, 그 시점을 환자가 안다. 코로나는 잠복기가 길고 무증상이 약 40%다. 그래도 증상만으로 구분이 어렵다. 코로나는 한 명의 감염자가 2~3명에게 옮기고, 독감은 한 명이다. 치명률은 코로나가 수십 배 높아 2~5%다. 센 바이러스와 잘 옮기는 바이러스가 같이 퍼지면 대혼란이 벌어진다.
▶동시 유행이 오지 않는다는 전망도 있다. 이미 지난여름(남반구 겨울) 둘을 같이 겪은 호주가 그렇다. 매년 8월에 솟던 독감 유행 정점 곡선이 이번에는 줄곧 바닥에 머물렀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로 독감 전파도 확 줄어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월 대구 코로나 감염 사태가 나자, 매년 3월에 오던 독감 2차 유행이 종적을 감췄다. 이런 현상은 병원 방문을 기피해 독감 검사를 적게 한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와 독감에 동시에 걸리면 어떻게 될까. 하나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면역 작용으로 두 번째 바이러스 침입은 미약하다고 본다. 하지만 지난겨울 코로나 진원지 중국 우한에서 나온 얘기는 다르다. 코로나 중증 환자의 절반이 독감에도 감염돼 있었다는 보고다. 그 경우 면역 반응이 폭주해 자기 세포를 해치는 ‘사이토카인 폭풍’이 많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독감 바이러스가 호흡기와 면역 체계를 흔들어 놓으면 뒤따라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들어와 휘젓고 다닐 가능성이 크다. 그러기에 트윈데믹 피해를 막으려면 대규모 독감 백신 접종이 필수다. 올해는 백신이 작년보다 500만명분 정도가 더 많은 3000만명분이 공급될 예정이다. 62세 무료 접종 대상 외에 감염에 취약한 40·50대 만성질환자에게도 무상 접종을 해야 한다고 감염병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금 통신비 깎아주는 데 돈 쓸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