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효서의 단편 ‘소금가마니’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에 버드나무의 한 종류인 용버들이 나온다. 두부를 만들어 자식들을 먹여 살린 어머니를 회상하는 내용인데 어머니는 둘째 아이가 대추나무에서 떨어져 숨이 멎자 아이를 업고 읍내로 내달렸다. 그러나 장마로 내가 잠겨 있었다. 어머니는 손잡이에 핏물이 배도록 톱질해 용버들을 넘어뜨렸다. 어머니가 용버들을 이용해 내를 건너 읍내로 내달릴 때 횡경막을 자극받은 아이는 소생했다.
▶용버들은 가지와 잎이 구불거리는 것이 특징이다. 말하자면 파마한 버들이다. 소설에서 강인한 모성애를 보여주는 용버들이 요즘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LH 직원 K씨는 다른 직원과 함께 최근 신도시 후보지로 발표한 광명·시흥의 땅 42억원어치를 매입했다. 그는 멀쩡한 밭에 용버들을 잔뜩 심었다. 제대로 키우려면 3.3㎡에 한 주가 적당하다는데 1㎡에 25주가량의 묘목을 심었다. 보상 전문가는 “다 큰 나무는 밀식해도 정상 수준으로 쳐서 보상하지만 묘목은 숫자대로 보상이 나간다”고 말했다. 그는 LH에서 오랫동안 토지보상 업무를 한 간부여서 어떻게 하면 보상금을 더 타내는지 잘 알았을 것이다.
▶다른 LH 직원들은 지난해 2월 경기 시흥시 과림동의 한 필지 땅을 매입해 1200㎡ 내외의 4필지로 분할했다. 그리고 신도시 발표 한 달여 전인 지난 1월 어린 서양측백나무 2000여 그루를 심었다. 나무는 보통 3~4월에 심는데 굳이 한겨울에 심었다. 신도시 발표일을 알고 서둘러 심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밀 항공촬영 등을 통해 기준 시점을 넘긴 나무와 건물을 가려내기 때문이다. 나무를 심으면 농사를 지어야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고 규정한 농지법 위반을 피하고, 놀리는 땅보다 보상비도 더 많이 타낼 수 있다.
▶반대로 땅값을 높이기 위해 멀쩡한 나무들을 고사시키는 경우도 많다. 3년 전 한 업자는 제주도 임야를 매입한 후 멀쩡한 소나무 600여 그루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제초제를 주입했다. 나무는 서서히 말라죽었다. 나무가 다 죽자 업자는 30억원의 시세차익을 내고 땅을 되팔았다. 땅에 나무가 많으면 산림훼손 우려 때문에 개발 허가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나무 보상받기 신공(神功)이 전국적으로 비일비재하다. 이런 식으로 새어나간 국민 세금이 대체 어느 정도 규모일까.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이런 데 쓰는 머리를 세금을 아끼거나 국민 편익을 높이는 데 썼더라면 하고 생각해본다. 부질없는 일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