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각) 백악관 야외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증 대응 연설을 마친 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연단을 떠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붐비지 않는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지침을 완화했다.

미국 트럼프 시대와 바이든 시대의 큰 차이 중 하나는 마스크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행정명령으로 연방기관 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100일 마스크 챌린지’에 서명했다. 그는 대선 기간에도 마스크 쓰는 것을 꺼린 트럼프와 달리 내내 마스크를 착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TV 토론에서 “나는 바이든처럼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바이든은 볼 때마다 마스크를 쓰고 있다. 내가 본 것 중 가장 큰 마스크를 쓰고 나타난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그런 바이든 대통령이 27일 마스크를 벗었다. 그는 이날 백악관 잔디밭에서 연설한 다음 평소와 달리 마스크를 쓰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마스크 착용을 완화하는 지침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CDC는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은 실외 식당이나 붐비지 않는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고 했다. 마스크 벗은 바이든의 모습은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승기를 잡아가는 미국의 상징적인 장면이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들이 속속 ‘탈(脫)마스크’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스라엘도 백신 접종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18일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그럼에도 감염 지표가 좋아지자 다음 달 6일부터 아동·청소년들이 대중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방역 조치를 추가 완화하기로 했다. 영국도 지난 12일 집단 면역에 근접했다고 판단해 식당·술집·상점·체육시설 등에 문을 열도록 하면서 공원 등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넘쳐 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화이자는 올해 안에 알약 형태의 코로나 치료제를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데 바이러스가 인체 내 세포에서 자기복제를 하지 못하게 하는 약이다. 코로나 초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도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어서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건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하는 또 하나의 약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쯤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좋다는 말을 들을까. 현재 우리는 모든 실내에서, 실외의 경우 2미터 거리 유지가 어렵거나 집회·공연·행사 등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1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정부 말대로 11월 집단 면역에 가까워지더라도 올겨울 초기까지는 마스크를 쓰지 않을 수 없다. 올여름 무더위에도 마스크를 쓰고 다닐 생각을 하니 벌써 숨이 막히는 느낌이다. 지난해에는 그나마 전 세계인이 같이 겪은 일이었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아 더 힘들 것 같다.